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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프란체스카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2월25일.
대통령은 전국민에게 다음과 같은 요지의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지금 우리의 전세는 별 변동이 없으며 지난 며칠동안 내가 직접 춘천지역과 동두천지역의 최전방을 시찰했는데 국군과 유엔군의 사기가 높고 완벅한 군세를 갖추고 있었다.
현재의 형편으로 보면 전황이 점점 나아질것이며 중공군에 대한 큰우려는 없다고 한다.

<오열선전 속지말라>
우리는 국군병사들과 장교들에게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 한뜻이되어 뒤에서 받혀주고 또 죽을 힘을 다해 싸울 결심을 하고있다고 밝혔다.
우리국민은 다함께 이와같이 각오하고 오열들의 거짓선동에 넘어가지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각 항구에는 군기군물과 유엔후원군이 연속 들어오는 중이며 미국에서는 「트루먼」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전국 각공장에서 군수품을 밤낮으로 만드는 한편 전국적으로 징병령을 공포하여 매일 몇만명씩 소집하고 있으므로 곧 백만대군을 이루게 될것이니 소련과 중공에서 무엇을 하든지 막론하고 미국이 계속 싸워나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우리가 우리나라의 주인이오, 이 전쟁이 또한 우리의 전쟁이므로 우리가 우리나라와 우리의 자유를 위해서 끝까지 굴하지않고 싸워나가야만 우리의 손님들이 우리를 도와줄 수가 있고 더욱 돕고자하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만일 우리정부와 국군과 국민들이 다같이 미약해서 각자가 자기만 살겠다고 피해다니며 피난할 곳이나 찾고 있다면 이는 세계우방이 모두 다도우려고 해도 도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때에 우리의 먼조상때부터 내려온 영광스러운 역사를 계승해야할 용기와 힘을 발휘해서 중공군을 타도하고 다시 이북으로 몰고올라가 통일을 완수하도록 전민족이 다같이 지키고 같이 싸우며 전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근자에 어떤 외국신문에 보도 되기를 한국사람들이 중공군과 싸우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으나 이것은 중간에서 우리를 해치려는 자들의 모략이다.
이런 허무맹랑한 낭설을 지어내어 한국인이 중공군과 싸우지 아니하려는데는 유엔군도 어찌할수 없다는 식의 선전을 할의도가 보이므로 이에대해서는 우리국군이나 우리국민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한다.

<외지보도 사실무근>
그러기 의해서는 더욱 힘을 다해싸워야하며 한사람이라도 도망가는 자는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이 금수강산을 잃어버리고 우리집과 우리땅을 남에게 빼앗긴다면 우리는 살수도 없거니와 남의 노예가 되어 또다시 압박과 설움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맹세코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중공군을 완전히 물리칠수 있을 것이다. 중공군은 북한공산군에 비해 무력하다는 것을 우리 국군들이 직접 싸워봐서 알고있으며 또 우리역사에서 중국의 침략을 받은 것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때마다 우리민족이 뭉쳐서 싸워 이겨내어 모두 몰아냈었다.
우리가 함부로 남을 업신여기는것은 지혜가 아니지만 중공군은 무서워 할것이 없다.
우리가 다 일어나 국군과 방위대를 도와 맹렬히 싸우기만 하면 중공군은 무찌를 수 있기때문에 두려워할것이 없다. 지금 한가지 문제는 우리를 위해 온갖 힘을 다해서 싸우고있는 유엔군과 미국인이 우리의 결심을 보고 용기를 얻어 싸우고 있으나 작전상 후퇴가 필요할때 군사행동에 지장이 없도록 국회의원들과 정부일부가 부산으로 잠시 옮길것을 요청해와서 국민 여러분도 소개할수있는대로 소개시키는 것이 좋겠다고하므로 권고하는 바이다.
우리는 여러분과 더불어 죽을 힘을 다해서 최후의 한사람이 남을때까지 싸울것이며 기어이 중공군과 괴뢰군을 몰아내어 민족의 대업인 통일을 완수하고 최후의 승리를 거둘것을 확신한다.
우리는 뉴욕타임즈의 「존스턴」기자와 점심을 함께 들었다.

<외신기자 점심초대>
해마다 마찬가지로 올해도 「무초」대사는 우리에게 크리스머스선물로 칠면조고기를 선사했고 우리는 외국 신문기자들이 가족없이 쓸쓸히 지내는것을 알기때문에 점심에 초대했었다.
작년에는 「빌·무어」기자, 「에머리·잭·제임즈」기자와 「존스턴」기자가 우리와 함께 있었다. 그러나 금년에는 「잭·제임즈」기자가 동경에 있는 병원에서 요양중이어서 「존스턴」기자가 유일한 손님이 되었다. 「존스턴」은 어찌나 겁을 먹었던지 한때 이성을 잃은 상태에 있었다. 그는 며칠내에 부산으로 갈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는 그의 상사에게 석달의 휴가를 달라고 요청했으며 또 한국전에서 첫 원자탄을 투하하게될 비행기에 자기를 탑승시켜줄것을 요구했다고 한다(이때 한국전에 원자탄을 쓸것인지가 논란된 일이 있음). 그는 「맥그리거」라는 젊은 기자가 자기의 후임으로 올것이라고 말했는데 「맥그리거」기자는 전직이 해병장교라고 한다.
나중에 우리는 경무대 뜰을 산책하였다. 하얀 눈이 얼어서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을 이루고있다. 오후에 대통령의 종가댁 종손이며 서당친구였던 이병주씨가 성탄절이라고 작은선물 보따리를 가지고 우리를 보러왔다. 이 어려운 전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어려서부터 좋아했다는 약과와 마르지 않은 인삼 세뿌리를 가져왔다.
대통령은 인삼을 다시 종이에 싸들고 이병주씨에게 『이 인삼은 덕재를 주어야겠어』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특별히 생각해서 모처럼 가져온 인삼을 덕재에게 주어야겠다는 말이 혹시 병주씨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나는 얼른 대통령은 우유와 인삼이 맞지않는 체질이라고 의사가 말하더라고 설명을 했다.
대통령의 어린시절 서당친구로서 지금 살아남은 사람은 병주씨와 덕재씨 두사람뿐이다.
장난이 심했던 철없는 개구장이 시절 대통령은 이웃 친구 덕재와 함께 어른의 담배쌈지에서 담배를 몰래 집어내고 골통대를 만들어 둘이 앉아서 한없이 빨았었다.

<구황실대피에 만전>
그러다가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 저녁상을 받는 자리에서 별안간 토하고 냄새가 나서 어른들이 사정을 알게되어 호되게 매를 맞고 벌을 선적이 있었다. 해방이 되고 우리나라 건국초에 덕재씨는 대통령을 만나러와서 대통령은 무척 반가와했고 오랫동안 헤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데 덕재씨가 늘그막에 산삼이나 먹게 고성군수 한자리 시켜달라고 부탁했으나 대통령은 그의 청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후 대통령은 덕재씨의 아들을 경찰학교에 보내어 교육을 받게한후 경찰관으로 채용했다.
대통령은 구황실 관리책임을 맡고있는 이병주씨에게 중요한 국보와 문화재를 대피시키는 일에 만전을 기할것을 당부했고 윤비마마를 부산으로 모시는 비행기편과 부산거처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들었다.
저녁에 우리는 조선호텔로가서 유엔에서 베푼 만찬회에 참석했다.
초청은 했었지만 우리가 그곳에 올것으로 생각않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가자 무척 기뻐하며 반겨주었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우의를 표시하러 그곳에 나와함께 간것이었다.
경무대비서들은 다음날 부산으로 떠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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