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한반도정책 변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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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신성순특파원】중공의 한반도정책에 중요한 변화가 일고있는것같다.
지금 방일증인 호요방중공당총서기의 랭군테러사건비판발언과 한반도에서 통일보다 평화정착을 앞세워야한다는 의사표시는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호는 「사사끼」(좌좌목)일본민사당위원장이 『아시아에서는 한반도가 가장걱정이다. 통일이냐, 평화냐를 선택하는 경우 평화를 우선시켜 생각해야한다』고 주장한데 대해 두손을 붙잡고 흔들며 『찬성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외무발언과 상통>
또 신자유클럽대표와 회담할때도 「고오노」(하야)대표대행이 『한반도에서 큰일이 터지면 일·중공 양국에 피해가 심각할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하자 『중국도 한반도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김일성은 남침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호와 회담을 마친후 「다가와」(전천)신자유클럽대표는 『호의 머리속에는 미·일·중 3국이 협력하여 한반도 긴장완화를 이룩할수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호의 이같은 발언이 왜 큰중요성을 갖고있는것일까.
호의 이런 발언은 남북이 분단된 상태에서 평화가 정착되고, 교차승인이 성립되는것은 분단의 영구화라고 주장하는 북한입장에 사실상 반대하는 노선이다. 북한은 남북한의 평화공존이나 긴강완화보다는 통일을 우선시키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통일이 적화통일임은 말할것도 없다.
호의 발언은 지난6월 고이범석 외무장관이, 그리고 방한중의 「레이건」이 국회연설에서 한반도에는 두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다고 말한것과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미국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또 그들국가및 그들 맹방들간의 관계개선을 의한 단계적조치들을 지지한다』고 분명히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중공은 무슨 필요에 의해 이같은 태도변화를 보이고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중공은 무엇보다도 미국·일본등 서방강대국들과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공의 현대화」를 추구하겠다는 기본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러한 중공의 목표는 내년4월로 예정된「레이건」미대통령의 방중때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며 경우에 따라선 중공의 대한반도정책이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제시될 공산도 크다.
물론 호의 발언으로 당장 중공의 대한정책이 크게 변화할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성급할수도있다.
그러나 당장 변화는 없어도 적어도 앞으로의 관계변화가능성을 예고하는 조짐으로는 받아들일수 있다는 것이 동경외교가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이같은 분석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몇가지 사실이 보강증거로 제시되고 있다.
그대표적인 예가 미·중공관계의 개선이다.
중공이 국책이라 할수있는 대만문제를 덮어두고 대미 접근자세를 보이게 된 것은 이때 미국이 중공에대한 첨단기술의 제공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단계적 개선확실>
다만 미국의 대중공 기술공여에서 주목할점은 「제공받은 기술을 제3국에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이 붙어었다는 점이다. 중공은 이미 이「제3국수출금지」조건을 지킬것을 명확히보증하는 문서를 미국측에 수교한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제3국 수출금지조건이 앞으로 중공·북한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이다.
북한이 중공에 새기술을 달라고 손을 내밀것은 틀림없으나 중공이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의 사이에 일정한 선을 긋지않을수 없을 것이다.
미·중공접근이 중공의 대북한 자세에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근거는 여기에있다.
중공의 태도변화를 점치게 하는 또하나의 근거는 랭군사건으로 북한이 중공에대한 발언권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중공이 한국과의 교류확대를 내심 바라고 있다는것은 과거 등소평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관심을 표시하고 한때 홍콩을 통한 한국과의 교역을 묵인했다는것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중단된것은 북한의 불편때문이었다.

<평양발언권 줄어>
그러나 랭군사건으로 북한은 중공에 큰소리를 칠수없게 됐으며 그렇다고 김정일의 후계자문제 공인이라는 대은을 입고있는 마당에 중공을 등지고 소련측에 붙을수도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이같은 배경을 전제로 일본외교가에서는 앞으로 중공의 자세변화가 우선 한국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으로 나타날 공산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랭군사건에 대한 중공의 공개비판이 한국과 친밀한 일본을 무대로 이루어졌다는 점도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마저 나오고 있다.
중공의 눈치를 보아온 파키스탄과 한국의 국교개설이 미·중공관계 개선및 그 파급효과의 하나일것이라는 분석도 이같은 해석과 맥락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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