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살림지혜... "알뜰 장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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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으면서 아파트 주부들의 알뜰 장보기 지혜가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단지마다 어머니회가 중심이 되어 벌이는 갖가지 구매작전은 「신용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고 그 기반을 다져가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회가 벌이는 알뜰 시장의 풍속도를 모아본다.
아파트단지 안에서 부분적으로나마 공동구매가 일어난 것은 불과 4, 5년 전. 고 물가시대를 살아가는 주부들의 자구책으로 주로 시내의 주요전문상가나 도매상가를 찾아 10여가구가 공동구매를 하는 형태였다.
최근 들어서는 보다 싼 상품을 구입하려는 주부들의 요구가 늘어나게 되자 어머니회에서 이를 맡아 본격적인 알뜰 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게된 것.
생산자-도매상-중간도매상-소매상-소비자라는 복잡한 유통단계를 한 단계라도 덜 거치기 위해 개설된 알뜰 시장은 그 유형이 다양하다.
신현숙씨(서울시흥동럭키아파트)는 아파트단지에는 소위 「아파트물가」라는 이색물가가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아파트가 대 단지화 하면서 지정된 상가가 유일한 구매장소여서 터무니없는 가격인줄 알면서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것. 그 때문에 신씨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알뜰 시장개설은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신씨가 있는 아파트L경우는 한 달에 한번 꼴로 단지내 상가보다 10%정도 싼 가격의 알뜰 시장을 개설하는 한편 반상회별로 고추와 콩나물을 집에서 길러 가구별로 나누어 먹는 알뜰 지혜도 발휘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화곡동 동신아파트, 반포 한신공영아파트에서도 직접 고추씨를 뿌려 재배한 고추와 콩나물·도토리묵 등을 통·반별로 재배하여 나누어먹는 가구가 늘고있다.
신반포 주공3단지 어머니회에서는 1주일에 한번 꼴로 알뜰 시장을 개설하면서 주변 상가의 가격을 내린 대표적인 케이스.
어머니회장 유행자씨(41)는 『알뜰 시장과 바자회를 열고 부터 주변상가의 가격과 품질이 월등히 좋아졌다』고 말하면서 『요즈음의 알뜰 시장은 시내의 도매상가에서 산지와의 직거래로 그 형태가 변모하고있다』고 전한다.
특히 주공3단지의 경우는 충남 서산 청년회와의 자매결연으로 산지와의 직거래를 모색하고있다.
청년회 입장에서는 중간의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제값을 받고, 아파트주민들은 시중가보다 40%싼 가격에 좋은 상품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요즈음 들어 아파트의 알뜰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무공해 농산물. 산지와의 직거래가 좋은 반응을 얻고있는 이유중의 하나가 산간오지마을과의 연결로 공해나 농약의 피해가 적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알뜰 시장의 주 품목 또한 공산품보다는 농산물에 치중되어있는 실정. 공산품은 비교적 상가마다 가격이 안정되어있는 반면 농산물과 수산물은 심지어 절반정도의 가격차가 상가마다 생기고있다. 근래 들어선 수협과 농협에서 운영되었던 아파트순회 이동 차 마저 폐지되어 아파트 주민들로서는 알뜰 시장개설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일부 아파트의 경우 알뜰 시장과 일부상가와의 상권마찰로 알뜰 시장개설이 전면 폐지되거나 횟수가 주는 등의 물의를 빚고있어 자치적인 알뜰 시장의 대중화는 이제 주민들의 단합을 필요로 하고있다.

<목상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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