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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도없는 사회와 소년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청소년범죄가 다시금 사회문제로 부각돼 물의를 빚고 있다. 때마침 대입학력고사가 끝나자 시험의 중압에서 일시에 해방된 고3 또는 재수생들이 떼를 지어 술을 마시고 편싸움을하거나 거리를 배회하면서 행인에게 시비를걸고 기물을 파손하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보도다.
또 최근들어 4년동안에 강도. 강간등 청소년 강력범죄가 4배이상이나 급증했다는 통계자료도 발표됐다. 법무부가 국회에 낸 자료에 따르면 78년에 2천4백68건이던 청소년 강력범죄가 82년에는 5천6백63건으로 4년동안 2.3배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범죄내용별로 보면 강도가 2.6배, 강간이 2.2배로 늘어났다.
이같은 청소년범죄의 급증은 급격한 산업화정책의 추진으로 청소년 정서가 황폐되고 가족형태의 핵가족화로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약화됐으며 사회적 차원에서의 청소년 선도대책이 미흡한 점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물질적 성장위주의 국가시책은 청캥소년들의 정서나 인성을 원만한 인격 형성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을 등한히 했다. 교육일선 담당자들은 정신적 지주가 될 가치관의 확립 보다는 시험을 위한 단순암기 교육에만 치중해야하는 교육환경에 안주해 버렸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의 쇠퇴는 부모자신들의 수범능력 상실에서 비롯됐다.
객관적인 판단이나 냉정한 비판능력이 부족한 이들 청소년들에게 사회가 보여준것은 부정과 타락, 그리고 매스미디어를 통해 쏟아내는 성적 자극 뿐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따라서 청소년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방향의 설정과 사회·가정의 교육적 기능회복이 전제돼야만 한다. 사회에 나오면 아무 쓸모도 없는 불필요한 과목을 대폭 줄이는대신 정서와 인격을 원만하게 이루도록하는 정신교육을 대폭강화하는 방법이 선행돼야한다.
기성사회의 도덕성 회복도 청소년범죄의 근본적인 치유방법에 필수적이다.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수있는 모범이 있어야 한다.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바람」풍해야 한다』는 옛날 기당분도의 일화처럼 설득력을 가질수 없다. 부모들이 가정과 자녀에 충실하고 관심을 보여주며 따뜻한 집안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일도 청소년을 길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게하는 한 방법일것이다. 자녀들에게 공평하게 애정을 베푸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마음과 행동이 비뚤어지는데는 무엇보다도 그들 자신들에게 우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은 깨달아야 한다. 똑같은 교육·사회환경 속에 살면서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착실하고 건전하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극히 일부가 비행에 가담할 뿐이며 자신들이 그 극히 일부의 문제청소년에 속한다는 사실을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기가 처한 환경이 좀 불행하다고 해서 자극과 유혹이 심하다고 해서 거기에 빠져들어 버리면 인생의 출발은 처음부터 비뚤어지게 된다. 이것을 물리치고 극복하는 방향으로 젊은 힘은 작용돼야 한다.
특히 대입학력고사를 끝낸 학생들중 일부가 폭력을 휘두르고 소란을 피우는 일도 그렇다. 입시라는 굴레에 짓눌려 있던 학생들이 모처럼 맛보는 해방감을 이해하면서도 그 억눌린 정열을 꼭 그렇게만 발산해야하는가에는 의문이 간다.
보다더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입시때문에 읽을수 없었던 세계적인 명저들을 탐독하는 일도 있다. 친한 친구 몇명이 여행이나 등산을 떠나는 것도 좋겠다. 친구와 우정의 교환도 좋고, 스승을 찾아 앞으로의 진로를 상의하는 일도 중요하다.
청소년의 연령은 길고 험한 인생의 출발점에 있는 시기이다. 한때의 방탕과 방종으로 평생동안 상처를 안고 그늘속에 살아서는 안될 것이다. 밝고 건강하고 힘찬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어설픈 어른들 흉내내지말고 오늘의 충동과 자극쯤 참고 이겨내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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