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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人] 일본 공주 노리노미야 15일 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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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전통예복 차림의 노리노미야 공주가 12일 도쿄의 왕궁에서 왕실 조상에게 올리는 결혼보고 의식을 하고 있다. 노리노미야 공주는 15일 결혼한다. [도쿄AFP=연합뉴스]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장녀인 노리노미야(紀宮.36) 공주가 15일 결혼식을 하고 '평민'으로 변신한다. 여성은 결혼 후 왕실에 머물 수 없다는 왕실 전범(典範)에 따른 것이다. 일 왕실에서 평민에게 시집가는 것은 45년 만의 일이다. 결혼과 함께 노리노미야 공주는 남편의 성인 구로다(黑田)에 자신의 어릴 적 이름인 사야코(淸子)를 붙인 '구로다 사야코'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일본 정부는 얼마 전 왕실 전범을 개정해 여성도 왕이 될 수 있고 결혼 후에도 왕실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잠정 결정했다. 따라서 노리노미야 공주는 왕적에서 이탈하는 마지막 여성 왕족이 될 전망이다.

남편이 될 구로다 요시키(黑田慶樹.40)는 도쿄도청 공무원으로, 노리노미야의 둘째 오빠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와 가큐슈인(學習院) 대학 동기생이다. 노리노미야는 왕실을 떠날 때 1억5250만 엔을 받게 된다. 품위 유지를 위한 일종의 정착금인 셈이다. 평민으로서의 출발 준비도 끝났다. 지난달에는 운전면허도 취득했다. 입주할 맨션이 내년 봄에 완공될 예정이어서 일단 4개월가량 남편의 15평 단칸방 아파트에서 지내기로 했다. 왕실을 담당하는 궁내청이 강하게 반대했지만 노리노미야가 관철시켰다고 한다.

결혼식도 왕실 예식치고는 단출하다. 이 또한 노리노미야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반지 교환도 없고 결혼 케이크도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 100명이 채 안 되는 초대 손님 가운데 그동안 자신을 보살펴 준 직원과 경호원들을 특별히 배려했다.

일 언론들은 "노리노미야 공주의 결혼을 가장 기뻐하면서도 아쉬워하는 이는 미치코(美智子) 왕비"라고 전했다. 미치코 왕비는 지난달 "(노리노미야는) 내가 기분이 처져 있을 때 곁에 다가와 '아무 걱정 마세요'라고 말해주는 아이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왕비가 1993년 실어증에 걸렸을 때 노리노미야는 헌신적으로 왕비를 간호했고, 왕비가 회복해 처음으로 말한 단어도 '사야(노리노미야의 애칭)'였다.노리노미야는 결혼식 피로연 때 왕비의 기모노를 빌려 입을 예정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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