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빈 라덴 6개국 찍어 테러 지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이은 모로코 카사블랑카 연쇄 자폭 공격의 배후가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빈 라덴이 석달 전 모로코.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요르단.나이지리아.예멘 등 6개국을 대상으로 '순교작전'을 펼칠 것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9일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최근 입수한 빈 라덴의 육성 녹음 테이프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면서 "이 테이프는 지난 2월 초 공개됐으나 당시에는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있어 서방 정보관계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고 전했다.

◆6개 테러 대상국=신문은 "빈 라덴이 거론한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모로코 등 3개국에서 지난 12~16일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이 실제로 일어남으로써 이 테이프의 신빙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빈 라덴의 순교 대상으로 지목된 나머지 3개국에서 추가 테러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빈 라덴은 이 테이프를 통해 "이슬람교도들은 이슬람을 배신한 독재자들에 의해 미국의 노예가 된 나라들을 해방하기 위해 순교작전을 펼쳐야 한다"고 뚜렷한 어조로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보안당국은 18일 리야드 테러와 연루된 알카에다 조직원 4명을 체포했으며, 수배 중인 테러 용의자들이 빈 라덴으로부터 지령을 받았다는 진술을 이들에게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일어난 테러사건이 빈 라덴의 직접 지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빈 라덴이 명령계통을 따라 구체적인 테러 지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전세계 곳곳에서 암약 중인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빈 라덴의 단순한 성명을 행동지침으로 삼아 테러 전선에 자발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모로코에서 발생한 테러가 미국 시설 또는 미국인을 조준하지 않은 것은 아랍권 친미정권 국가를 '처벌'하라는 빈 라덴의 성명을 최우선 행동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알카에다, 새 피 수혈=새로운 세대의 무장전투원들이 현재 알카에다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근거로 탈레트 벤 아지즈가 지휘하는 '알무하위둔'이 알카에다의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독일의 디 벨트지가 독일 연방정보국(BND)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19일 "리야드 테러 사건은 알카에다 사우디아라비아 지역 무장사령관을 맡고 있는 이집트 출신 사이프 알아델(40)이 직접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란에 은신 중인 알아델이 알카에다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훈련 담당 아부 모하메드 마스리와 빈 라덴의 아들 사아드 빈 라덴이 요직을 맡는 등 지휘부가 대폭 교체됐다고 전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