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축은행의 '묻지마 고금리', 해도 너무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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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저축은행의 ‘고금리 장사’가 도를 넘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신용대출이 많은 25개 저축은행을 점검한 결과, 20곳이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연 30%대 높은 금리를 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심지어 신용 1등급 고객에게 연 34% 고금리를 물리기도 했다. 이런 ‘묻지마 고금리’ 대출로 잇속을 챙긴 곳은 주로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이었다. KB·신한 등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5곳의 금리는 연 15.3~18.6%로 ‘정상적’이었다. 기준금리 2.0% 시대에 30%대 고금리를 물리는 곳이라면 이미 제도권 금융회사라고 할 수 없다. 고리대금업자와 뭐가 다르냐는 소리가 나올 만하다.

 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도 문제다. 지난해 11월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조642억원으로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전달보다 3.4% 늘었다. 증가율 3.4%는 은행(1.2%)이나 신용협동조합(0.8%)은 물론 예금취급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부업체들이 서민을 상대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만큼 피해 서민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저축은행 사태 때 퇴출된 부실 저축은행을 대부업체가 인수할 수 있도록 지난해 허용했다. 이번에 묻지마 고금리 대출에 앞장선 저축은행 대부분이 대부업체에 인수된 곳들이었다. 금융위는 이들 저축은행에 대출금리가 연 29.9%를 넘지 않도록 지도하고 있다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저축은행 금리가 은행보다 높은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더욱이 대출자의 신용도와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고금리를 물려서는 안 된다.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이 없어 그렇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감독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하면서 고금리 대출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전수조사를 벌여서라도 ‘묻지마 고금리’를 근절하는 것은 물론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