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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국산 유모차 … 점유율 4% → 3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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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 17일 서울 충무로 에이원베이비 사옥에서 국산 유모차 리안을 만드는 연구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국산 유모차가 고급화에 성공하면서 판매가 늘고 있다. [사진 에이원베이비]

4월 출산하는 주부 김민아(31·서울 불광동)씨는 최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육아박람회에서 유모차 한 대를 샀다. 국산 유모차 업체 에이원베이비에서 만든 ‘리안’이다. 사실 처음부터 국산 유모차를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스토케나 퀴니 같은 100만~200만원대 수입 유모차를 사려고 했는데 박람회에서 시승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김씨는 “360도로 회전이 가능하고, 의자를 젖혀 요람으로 만들 수 있는 등 고급 수입 유모차에 있는 기능은 모두 있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라 국산을 사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가 산 유모차는 55만8000원.

 국산 유모차가 부활하고 있다. 4%까지 떨어졌던 국산 유모차의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브랜드가 유모차 시장에서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와 한 자녀만 잘 기르겠다는 골든키즈 열풍이 맞물리면서 고가의 수입 유모차가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국산의 점유율은 80%대에서 2002년 30%로 떨어지더니, 2007년 급기야 4%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국산 유모차가 고급화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판매량이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2011년 10%대를 돌파한 국산 유모차는 2013년 21%, 지난해 35%를 돌파했다.

 김정실 에이원베이비 대리는 “올해에는 국산화 비율이 40%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국산 유모차는 에이원베이비의 리안과 쁘레베베의 페도라 등 두 제품이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두 제품은 수입산에 비해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움과 성능을 자랑한다. 리안의 대표 유모차 스핀LX는 원터치 버튼으로 유모차 모드에서 요람 모드로 전환을 할 수 있는 점이 인기를 끌었다. 승용차에 적용되는 기술을 사용해 네 바퀴에 독립된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지름 27㎝ 짜리 타이어를 장착했다.

 이의환 에이원베이비 대표는 “자동차 운행을 하면서 비포장 도로에서 차가 들썩이는 점에서 착안했다”면서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아기의 뇌 흔들림을 최소화한 것이 셀링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쁘레베베는 디자인으로 모심(母心)을 자극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굿디자인 제품으로 선정됐다. 무역협회가 수출 경쟁력이 있는 제품에게 주는 K+ 인증도 획득했다. 비결은 소비자 심층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을 강화한 것. 무게감과 부피를 줄여 차에 싣고 다니기 편한 유모차 ‘페도라 S7’, 튼튼한 프레임을 자랑하는 ‘페도라 S9’ 등의 디자인이 이렇게 나왔다. 이 회사에서 제작된 카시트도 아기의 자세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고, 어깨·안전벨트 등에서 안전성이 강화돼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 회사 강태균 대리는 “매번 유모차를 제작할 때마다 엄마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제품은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 들어 홈쇼핑 업체에서 국산 유모차들이 완판 기록을 내면서 앞으로 국산 유모차의 돌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준수 현대홈쇼핑 아동레포츠팀 책임MD(상품기획자)는 “해외 고가 유모차에서나 적용되던 양대면 기능(엄마와 아이가 마주보는 형태)과 요람, 서스펜션(충격완화) 등 고급 사양이 적용돼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라 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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