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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금융제재 문제 협상 열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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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1일 5차 북핵 6자회담 1단계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5차 6자회담이 다음 회담의 개최 날짜도 잡지 못한 채 사흘 만인 11일 끝났다. 대신 남북한과 미.일.중.러 등 참가국은 가능한 한 가장 이른 날짜에다음 회담 일정을 논의키로 했다. 6개국은 이날 오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다음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다음달 중순에는 동아시아 정상회의 등 중요하고 바쁜 외교 일정이 있어 차기 회담은 연내에 개최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 일정 왜 못 잡았나=북한의 불법자금을 세탁해 준다는 의혹 때문에 미국이 마카오 은행의 대북 거래를 금지한 것을 놓고 북.미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날 전체회의에서 미국의 조치를 강하게 비난하며 "핵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번 회담의 공동성명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돈줄을 죄고 있다고 북한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 문제는 6자회담 의제 밖의 얘기이므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측 수석대표는 "북한과 같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나라에 대해 금융거래를 눈여겨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한 마카오 은행 건은 범죄를 잡기 위한 것이지 북한을 (압박하려고) 겨냥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영변의 5MW 원자로를 계속 돌리고 있다"고 말해 북한의 책임을 부각시키려 애썼다.

송민순 한국 측 수석대표는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데는 북한이 주장한 의제 외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며 "초점은 회담이 언제 열리느냐가 아니라 회담을 열었을 때 어떤 실질적인 진전을 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는 회담을 마친 뒤 "조.미(북.미) 쌍방이 협상을 열어 금융제재(문제)를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그만두고 평화 공존을 하겠다고 해 협상에 나온 것이며, 금융제재는 공동성명에 위반되는 것이고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공약 실천을 못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 의장성명 채택은 성과=성과도 있다. 북한은 첫날 전체회의에서 "핵 포기 조건이 성숙되는 데 따라 단계적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며 이행 의지를 밝혔다. 의장성명은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각 부문에서 모든 공약을 실천한다는 것은 향후 이행 방안 협상의 접근법이 4차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 조항별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송 대표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이라고 했다. 주역에 나온 말이다. 시대 정신에 맞춰 날이 갈수록 전진하고 번창해야 한다는 뜻이다.

베이징=최상연,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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