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권 관심은 적개심이 아닌 종교적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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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북한 인권에 대한 나의 관심은 기독교인이라는 종교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태식 주미 대사에게서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내가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적개심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주미대사관 측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내가 기독교인이어서 북한 주민에 강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부시 대통령이 '어떤 기독교 교파에 속해 있느냐'고 묻는 등 종교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으며, 종교를 주제로 여러 얘기를 나눴다"며 "시종 소탈한 모습으로 친근하게 대해줬다"고 전했다. 이 대사도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내가 북한에 군사공격을 하려는 게 아니냐는 등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점이 많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핵문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겠다는 게 내 생각이며, 여기에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뜻도 피력했다. 그는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협력해 동맹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다음주 한국에서 노 대통령과 동맹관계 강화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사가 부시 대통령과 비교적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단독면담이 성사됐기 때문이다. 미국에 부임하는 대사들은 보통 부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여러 대사가 한꺼번에 미국의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다. 미국 대통령의 바쁜 일정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사는 다음주 한국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해야 하는 관계로 이날 단독으로 신임장을 제정하게 됐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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