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러진 현안없어 서로의 입장만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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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드러진 현안문제가 없었던만큼 13일 열린 한미양국의 경제각료회담은 상호이해와 관심사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선에서 진행됐다. 공동성명의 내용 역시 공동인식과 기본적인 합의를 강조한것이었다.
일본방문의 경우 공동성명조차 내지못할정도로 의견대립을 드러냈던데 비하면 한미양국사이의 경제관계에는 애당초부터 특별한 숙젯거리가 없었던셈이다.
양국이 서로 요구했던 수입규제완화 문제는 회담결과 오히려 첫번째 주요 합의사항으로 강조되었다.
우선 미국측이 요구해온 수입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최근 우리정부가 취한 몇가지 정책설명만으로 충분했다는것이 회담참석자의 이야기다. 우리 스스로 수입자유화 정책을 천명했던 터인데다 미국이 거론했던 32개품목도 대부분 연흥적으로 자유화대상품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투자환경개선에 관한 요구에는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있는 외자도입법개정을 통해 자동해결되도록 이미 손을 써놓았다.
우리측으로서는 내년말로 끝나는 일반특혜관세(GSP)의 기간연장및 범위확대를 비롯한 한국상품에 대한 수입규제완화가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다. GSP혜택을 받는 수출이 연간 약9억달러로서 대미수출의 17%가량이나 차지하고 있기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부쩍늘어나고 있는 한국상품에 대한 덤핑제소등 각종 미국내 규제움직임의 완화를 요청했다.
그렇다고 당장 해결될 일들이 아니다. 공동성명에서도 이같은 우리측의 요구를 명시했으나 미국 역시「유념」하겠다는 우회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결국 정치타결로 다뤄질 문제라기 보다는 양국간의 통상마찰이라는 차원에서 계속 구체적인 이해를 겨뤄야할 문제로 이월된셈이다.
우리측의 주된 관심도 이같은 개별사안의 구체적인 해결보다도 전반적인 분위기조성쪽이였다.
이번「레이건」방한에서는 경제적 기대도 양국이 함께 나아갈 진로를 다시확인하고 그에따른 문제들은 협의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뜻에서 경제각료회담을통해 기술협력문제가 새로이 강조된점은 특기할만한 일이다.
현단계의 우리경제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기술」이니만큼 이것을 종래의 민간기업차원으로부터 정부차원으로까지 끌어올렸으면 하는것이 우리정부의 강력한 희망이었다.
일단 우리측이 과학기술 각료회담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자는 제안을 해놓은만큼 어떤형태로든 기술협력문제를 현실적으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문제가 앞으로의 당면과제가 될것이다.
비상시 원유를비롯한 에너지공급의 약속을 얻어낸것 또한 큰 성과로 지적될만하다. 이문제는 당초 제2차 오일쇼크(79∼80년)때 거론되었다가 합의없이 흐지부지 되었던것인데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등이 고조되는 상황이니만큼 해묵은 난제가 의외로쉽게 해결된셈이다.
방산제품의 수출제한완화도 우리측의 주요 요청사항이었으나 사안의 특수성에 비추어 별도로 협의될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그동안의 품목별·지역별제한을 다소 완화시켜 전체실링제로 바꾸자는것이었다.
그러나「레이건」대통령의 방한에대한 가장 큰 기대는 정치적으로도 그러하듯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을 다시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특히 세계 제4위라는 무거운 외분부담속에서 최근 불안을 더해가고있는 국제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미국의 신인과 지지강화는 앞으로의 경제운용에 큰힘이 될 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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