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APEC 참석 앞두고 회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중.일 3개국 언론과 30여 분간 회견했다. 다음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과 한.중.일.몽골 등 아시아 국가 순방을 앞두고 방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2월 동북아 3국을 방문할 때도 중앙일보 등 방문 대상국 언론들과 합동 인터뷰를 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는 동북아 지역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공동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처럼 힘든 문제의 협상에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과 미국은 오랫동안 친구였고, 앞으로도 친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분야별 발언 내용.

◆ 한.미 관계=이번 방문을 통해 공동의 기회와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양국 관계와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한국 국민에게 복잡한 군사기지 문제를 사려 깊은 방식으로 다룰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군 병력과 기지 재배치는 한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이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해 민주주의를 촉진하고 주민들을 도운 데 대해 대단히 감사한다. 한국 내 여론조사를 다 들여다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내린 어려운 결정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한국민과 의견을 함께하길 바라는 건 그들에겐 미국에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친구였고 앞으로도 친구로 지낼 것이다.

◆ 6자 회담=이번 주 사흘간 열리는 6자회담은 다음달 열릴 더 긴 회담에 대한 준비가 될 것이다.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당사국 모두의 입장이다. 핵 프로그램 폐기라는 가시적 결과를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한다는 게 합의문 내용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역내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다. 당사국들과 대화를 계속하길 고대한다.

◆ 경제 문제=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공정 무역에 관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한국과는 아직 자유무역협정이 없지만 양국 간 교역 규모는 대단히 크며, 우리는 상호 호혜적이길 바란다. 양국 간 교역이 호혜적일수록 유대도 깊어질 것이다. 나는 아시아의 파트너 국가들에 공정한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문제를 환기시키고 싶다.

◆ 김정일 위원장=좋은 지도자는 무엇보다 국민의 생활 여건을 살펴야 한다. 기아가 있다면 도움을 청해서라도 주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게 지도자의 의무라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정부는 일관된 메시지를 견지해 왔다.

◆ 주한 미군의 역할=미군의 역할은 안정 유지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근처에 병력을 집중해 놓고 있다.

미군 병력과 기지 재배치 작업이 진행 중인데, 노 대통령과의 협의를 통해 군사력이 축소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한 미군의 두 번째 역할은 지역 안정을 돕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미군의 역할은 앞으로도 쓸모 있는 모델이 돼야 한다.

◆ 야스쿠니 신사 참배=내가 할 수 있는 건 중국과 일본, 한국 지도자들에게 과거를 묻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과거에 적이었던 미국과 일본이 이제는 친구가 됐듯이 과거를 잊는 건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다. 내 역할은 당사국들이 과거사 문제를 풀고, 미래를 논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 미.중관계=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개인적인 관계가 아주 좋고, 교역과 대화, 협력도 증진되고 있지만 지적재산권이나 통화, 시장 개방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후 주석과 지적재산권 등의 주요 현안을 다시 논의하길 기대한다. 시장에 맞춰 환율을 조정하기 시작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높이 평가하며, 양국 간 교역의 균형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이 중요함도 거론할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