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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잘못하면 일회용 반창고 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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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 참석한 각지역 대표들
7일 오후 서울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대회’에서 각 지역대표가 창립을 축하하고 있다. 뉴라이트는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가치관 운동, 시대정신 및 문화 운동, 애국 운동으로서의 민족운동을 하는 단체이다. (서울=뉴시스)

"좀 과장되게 말하자면 뉴라이트운동의 선구자들은 그 열매를 후대에서나 볼 수 있으리란 '장기전의 의지'로 무장해야 한다. 단기승부에 집착하는 한, 곧바로'운동'은 실종되고 노회한 현실 정치꾼들의 밥이나 일회용 반창고로 전락하게 될 뿐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뉴라이트운동에 대한 한나라당 이성헌 제2사무부총장의 고언(苦言)이다. 이 전 의원은 9일 시사웹진 뉴라이트닷컴(www.new-right.com)에 기고한 '뉴라이트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칼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 글에서 "뉴라이트가 대체 무엇인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아직은 명쾌한 해답이 없어 보이는데, 현실 정치판에서 오로지'간판'하나만으로 기라성같은 정치인들을 운집시키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고 말했다. 뉴라이트운동이 아직까지는 실체에 비해 그 정치적 영향력이 과도하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러면서 "뉴라이트의 가치와 효용성은 단순히 '간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운동'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시대적, 국민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운동에'동지적 애정'을 표시한 이 전 의원은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전과 함께 사상전을 중심으로 한 문화운동을 펼쳐야한다고 주문했다. 그는"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좌.우 이념대결은 끝장났다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려는 태도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아무리 싫다고 우겨도 21세기 대한민국의 복판에서는, 지금도 20세기류 이념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양분된 뉴라이트 운동단체가 향후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이란 일각의 전망은 부정했다. 이 전 의원은 "뉴라이트 운동은 지식인 운동과 대중운동의 결합이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전국연합과 뉴라이네트워크의 병행 출진은 '환상의 복식조'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한편 9일 정치권에서는"뉴라이트로 가면 역사적으로 퇴보한다"는 이해찬 총리의 발언에 한나라당 의원들이"민심을 못 읽는 것"이라고 반박하는 등 뉴라이트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이 총리는 8일 서울대 특강에서 "라이트(right)는 지키는 것, 레프트(left)는 개혁하자는 것"이라며"한국 사회는 개혁해야 할 게 훨씬 많은데 뉴라이트로 개혁하면 갈등이 더 심해지고 역사적으로 더 후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리는 뉴라이트 운동을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의식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문화 지체'현상에 빗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주의연대 신지호 대표는 9일 논평을 통해"지금 이 총리는 뉴라이트의 문화지체 현상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다수 국민은 지금 이 총리의'정신지체'현상을 걱정하고 있다"고 되받았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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