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기술사단' 삼성전자 … 올 기술명장 7명 중 5명 휩쓸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올해 금형기술자 자격시험에 합격한 황한섭 책임, 정태희 선임, 민성기 책임, 이종탁 책임, 이상인 책임 연구원(완쪽부터).

"금형은 전자제품 디자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을 내놓아도 실제로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삼성전자 이상인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금형기술사 자격 시험을 통과한 5명의 삼성전자 직원들 가운데 하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발하는 금형기술사는 이 분야 최고의 '기술명장'에게 주는 것으로 올해 합격자는 모두 7명이었다. 1987년 부터 지난해까지 합격자가 87명에 불과 할 만큼 기술사 합격이 쉽지 않다.

금형이란 붕어빵을 만들 때 처럼 녹인 플라스틱 소재를 틀에 부어넣어 전자제품의 외관을 만드는 기술이다. "금형 없이 일일이 재료를 깎아서 휴대전화를 만들려면 한대당 수백만원씩 비용이 들겠지만 금형 덕분에 싸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말했다.

삼성전자는 1996년 "디자인이 21세기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처"라고 선언한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금형기술 개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2003년 "금형기술이 좋아야 좋은 물건이 나온다"고 강조한데 이어 4월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에서도 "금형기술 인프라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이 연구원은 제품 설계를 담당하며 부수적으로 금형을 접하다가 금형을 알아야 제대로 된 설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직접 기술 습득에 나선 경우다. 시험을 앞두고 두 달간 합숙을 하며 기술을 익혔다는 그는 "최고 경영진의 관심이 큰 분야라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부담이 컸다"면서 "이번에 공부한 만큼만 했더라면 고시도 어렵지 않게 통과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창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