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냄비식 특위'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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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정치부 기자

21일 국회 '독도수호 및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 특위' 첫 회의가 열렸다.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불렀다. 한.일 현안에 정부가 단호히 대처하라고 요구했다.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의 날'조례 제정을 일본의 명백한 도발과 침략으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와 일본 우익세력을 규탄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국회가 특위를 만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본 후소샤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독도를 방문하고, 토론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19일 당 지도부 회의를 독도에서 열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독도에 이순신 장군상을 세우자"고까지 했다.

이런 뜨거운 여론에 힘입은 특위인데도 첫날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느냐는 것이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사태가 빚어진 지난해 8월 여야는 '고구려사 왜곡 대책 특위'를 만들었다. 하지만 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면서 7개월이 지나도록 회의 한번 열지 못하고 있다. 당시 경쟁이라도 하듯 중국을 다녀오고 중국의 역사왜곡 사례를 소개했던 의원들은 어떤가. 국민여론이 수그러든 뒤론 더 이상 관심을 갖는 의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큰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회는 특위를 만든다. 지난해에도 국회개혁특위와 정치개혁특위.규제개혁특위.남북관계발전특위.일자리창출특위.미래전략특위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두 개점휴업 상태다. "현안을 따라 만든 특위는 여론과 함께 활동도 가라앉기 마련"이라고 한 국회 관계자는 말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특위보다 사안별로 해당 상임위에서 지속적으로 다루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독도와 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문제는 우리의 주권과 정체성이 걸린 사안이다. 냄비식 처방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독도 특위가 과거 다른 특위들처럼 흐지부지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박소영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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