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고심의 연휴 … 비서실장 후보만 10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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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이완구 국무총리와 함께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완구 총리께서 경륜과 리더십으로 잘해 나가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가 17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쇄신 구상은 마지막 조각만을 남겨놓게 됐다. 김 실장의 퇴진은 지난해 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수습책이 논의될 때부터 불가피한 코스였다. 고령에다 아들의 사고 등 우환을 겪고 있는 김 실장 스스로도 이미 여러 차례 물러날 뜻을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김 실장이 ‘불명예 퇴진’하는 모양새를 피할 수 있도록 교체 타이밍을 고심했다고 청와대 인사들은 말했다. 김 실장은 이날 국무회의 시작 전 티타임에 참석한 각료·수석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김 실장의 후임이 누구냐에 쏠려 있다. 인선은 난산을 거듭하고 있다. 10여 명의 인사가 김 실장의 후임으로 거론됐지만 박 대통령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설 연휴 이후로 발표를 미뤘다.

 새누리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후임 비서실장은 인적 쇄신의 상징성도 있어야 하고, 비서실을 장악할 업무 능력도 갖춰야 하고, 대통령과 국정 철학도 공유해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다 갖춘 사람이 어디 흔하냐”며 “박 대통령은 실장 인선의 풀을 더 넓혀보자는 생각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장 후보군 가운데 권영세(56) 주중국 대사는 청와대 수석 중 최고령인 현정택(66) 정책조정수석보다 10살이나 젊다. 현경대(76) 민주평화통일자문위 수석부의장은 친박 원로라는 점에서 김기춘 실장과 차별성이 없다. 김병호(72)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은 김 실장의 경남고 후배다.

 통합 콘셉트로는 호남 출신인 한광옥(73)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첫손 꼽히지만 ‘올드 이미지’가 단점이다. 황교안(58) 법무부 장관은 “또 검찰 출신이냐”는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허남식(66) 전 부산시장은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중량감이 떨어진다. 새 카드로 거론되는 한덕수(66) 무역협회장과 김원길(72)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본 경험이 없고, 3선 출신의 김학송(63) 도로공사 사장은 친박 색채가 너무 강한 게 부담이다. 최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70) 새누리당 의원은 실장이 되면 의원직마저 내놓아야 한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설 연휴 직후 ‘제3의 카드’를 깜짝 발탁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돌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국정기획수석 자리를 정책조정수석으로 바꾼 건 집권 3년 차를 맞아 정책의 집행·추진을 중시하겠다는 의도”라며 “비서실장도 정무형보다는 정책형 인사가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언론부터 만난 이완구 총리=이날 오후 2시 취임식을 마친 이완구 총리의 첫 일정은 기자들과의 상견례였다. 이 총리는 “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이 낫다는 게 평소 신념이었다”고 말했다. 청문회 에서 언론 외압 의혹이 불거진 걸 의식해서다. 그는 “야당과의 소통이 먼저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곧 찾아 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믿으며 소통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취임식에선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공직사회의 흐트러진 분위기를 일신하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지키겠다”며 “공직의 마지막 자리라는 각오로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국무총리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다하는 데 신명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하·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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