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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통개그' 박명수 지상렬 "100% 애드리브에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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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국과 윤은혜의 로맨스를 대신해 SBS '일요일이 좋다 - X맨'의 재미를 책임지는 두 사람이 있다. 개그맨 박명수와 지상렬이 티격태격하며 선보이는 '호통 개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 재미를 더하는 이 프로그램의 감초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리 짰던 것은 아니고 제가 처음에 딴지를 걸며 호통을 쳤는데, 지상렬씨가 잘 받아줬어요. 바로 다음엔 내가 '이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고 하니 상렬씨가 '뭘 자리 잡어?' 그러면서 호통으로 응수한 거죠. 그렇게 잘 맞은 것 같아요."(박명수)

박명수와 지상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루저'(loser : 실패자) 캐릭터들의 호통 속에는 현대인의 궁핍한 생활상과 패배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의 로맨스에 나이 많고 골골한 루저들이 가세하면서, 신세대 위주였던 시청자층도 30~40대까지 폭이 넓어졌다.

"'X맨' 하면 어린 친구들만 보는 걸로 아는데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이 봐요. 들으니, 우리로 인해서 30~40대 시청층으로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주고받는 말은 '포장마차 개그'에요. '빚 보증 좀 서 줘. 힘들어 죽겠어' 이런 말들은 그 나이대의 사람들이라면 100% 공감할 만한 내용이거든요. 신세대의 한 축에 '가족코드'가 더 생긴 거죠."(지상렬)

이들은 고정 패널이지만 실제 역할은 보조 MC에 가깝다. 이들의 뒷받침으로 유재석 강호동 박경림 등 메인 MC가 무리하게 개입해 웃기는 대신 매끄러운 진행에 좀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매회 출연자들이 바뀌면서 생기는 시청률의 기복을 최소화하는 역할도 한다.

"'X맨'은 쇼 버라이어티 코미디에요. 이 장르에는 주인공이 없죠. H.O.T가 나오든지 혹은 누가 엄청 웃기든지 관계 없어요. 단지 우리 역할은 게스트가 분위기를 못 살릴 때 나서는 거에요. 분위기 안 좋을 때는 그냥 우리가 싸우면 돼요."(박명수)

"현장 분위기도 있고, 새로 출연한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려주면 좋지만 매일 웃길 수는 없잖아요. 우리는 다른 사람이 저조할 때 나서서 돕고, 현장 분위기가 좋고 게스트가 웃겨주면 우린 뒤에 물러서있죠."(지상렬)

그러나 툭하면 서로에게 딴지를 걸고 큰 소리를 치는 이들의 모습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큰 소리가 난무하다 보니 '너무 격하다'는 지적도 받았고, '저질'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받았다.

"우리 스타일의 개그를 '질이 낮다' '격하다'고 하는데, 이제는 솔직한 방송이 돼야죠. 욕을 조금 먹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비록 친구지만 (지상렬의) 머리 스타일이 솔직히 이상하잖아요. '왜 바가지를 썼어, 배달 나가니?' 그렇게 생활 속에서 농담을 하잖아요."(박명수)

"친하니까 농담도 하죠, 자연스럽게. 굳이 생각을 안 해도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상대가 편하니까 개그도 잘 되구요. 미리 짜는 것은 절대 없고 100% 애드리브에요. 물론 분위기가 다운될 때를 대비해서 '총알' 준비는 돼 있죠."(지상렬)

두 사람을 향한 또 하나의 의혹이 있다. 출연자들이 저마다 개인기를 뽐내며 최선을 다하는 '커플선정 게임'에 너무 무성의하게 응한다는 것. 대충대충 때우는 것처럼 보여 '방송을 날로 먹으려 든다'며 일부 네티즌이 항의성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대충'은 내 컨셉트에요. 그날 뭘 할 건지 미리 생각하고 음악도 준비해요. 하지만 코미디는 완벽하게 하면 안돼요. 그러면 감탄은 해도 웃지는 않죠. 가끔 상대방이 멋있으려고 하면 바로 끊으면서 웃음을 만들어요. 지상렬씨가 분위기 잡고 여성 출연자에게 편지를 읽어줄 때 '어머니한테나 써, 연락 끊긴 지 2년 넘었어!' 그러는 식이죠."(박명수)

"편지 얘기를 했지만 우리의 얘기는 다 생활상이에요. 나이 먹은 사람들 다 공감하겠지만, 사람들 노모에게 편지는커녕 전화 한 통 안하거든요. 우리가 젊은 신세대에게 커플 선정에서 밀리는 모습에는 현대 30~40대의 자화상이 담겨있어요. 그리고 그 상황이 진짜이기 때문에 더 공감되는 거구요."(지상렬)

1970년생 동갑내기로 10년의 우정을 다져온 두 사람은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른 최상의 조합이다. 한때 '한 물 간' 개그맨으로 취급 받았지만 뒤늦게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나 후배들과 약자에게 너그러운 면 등은 비슷하지만, 성격이나 실제 생활은 정반대다.

"고생하고 이런 얘기 싫어요. 안 그런 사람 있나요. 일하다 보면 잘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최선 다하고 안되면 어쩔 수 없이 접는 거죠. 그런 면에서 박명수씨는 달라요. 박명수씨는 정말 CEO에요. 알뜰하게 관리 잘 하고 난 그러지 못하거든요."(지상렬)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속속들이 서로를 알고있는 박명수와 지상렬은 방송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 없다는 서로에 대한 '칭찬'(?)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둘 다 리얼 개그를 하지만 나오는 용어가 달라요. 지상렬씨의 개그는 절절해요. 지상렬씨 인생은 나보다 격했어요. 거칠었던 과거에서 나오는 '철학있는 개그'를 해요. 그리고 천상 남자에요 지상렬은. 후배들 정말 잘 챙기고 솔직하죠. 자존심 굽히지 않고 술 좋아하고 인간관계 좋아하죠. 워낙 술값을 많이 써서 돈도 못 모았어요. 아참, 제가 임실 치즈피자 서울지사장 된 것도 꼭 써 주세요."(박명수)

"처음엔 '짠돌이'에 깍쟁이라 생각했고 물론 실제로도 그렇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써요. 스태프가 영수증 가져오면 '왜 이렇게 많이 썼냐' '아껴 써라' 궁시렁 거리지만 결국 돈은 다 줘요. 알뜰하지만 약자들은 챙겨주는 사람이죠. 박명수가 오래 갈 수 있는 것이, 이제는 '리얼리티'거든요. 다른 사람이 방송에서 자기가 운영하는 닭집을 홍보하면 잘리겠지만 박명수에게는 어려운 가운데 먹고 살겠다는 리얼리티가 보이잖아요."(지상렬)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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