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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위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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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미 바이얼리니스트 정경화씨의 모국연주회 입장권이 며칠만에 매진되었다. 새삼 국내 음악팬들의 열기를 재어볼 수 있다.
5년 만의 귀국 연주회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 인기의 세계적인 파장을 모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선데이 타임즈 매거진은 창간 1001호에서 『지난 20년간 가장 위대한 활약을 한 인물』이라는 제목의 기념특집을 한 일이 있었다.
정경화씨는 바로 그 「위대한 활약을 한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뽑혔었다. 선데이 타임즈 매거진이 세계적으로 선정한 인물은 모두 10명이었다.
40억 지구인을 대상으로 한 10명의 위인 가운데 한국인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리 흥분해도 부끄럽지 않다.
더구나 그가 음악의 세계에 군림한 3O대 여성이라는 사실은 예사가 아니다.
선데이 타임즈 매거진이 뽑은 또 다른 위인들은 정치가「드·골」, 소설가「퀸터·그라스」. 지휘자「쿨라우스·랜슈테트」, 오페라가수「플라시드·도밍고」, 작곡가「디베드」. 로크 뮤직의 「존·레넌」, 재즈의 「마일즈·데이비슨」, 여우「제인·폰딘」, 복싱선수 「무하마드·알리」.
그야말로 헤비급들이다.
작가「퀸터·그라스」 는 폴란드의 피를 받은 독일인으로 『생철북』 (1959년작) 이란 대표작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다소 생소한 이름 같지만 그의 『생철북』은 히틀러의 전율스런 죄악을 쉽게 잊으려는 독일인들을 흔들어 깨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역사의 교훈을 잊고 사는 뭇 세계인에 대한 경종인지도 모른다.
「클라우스·텐슈테트』는 1926년 독일(동독) 태생으로 지금은 런던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
「숄티」 의 후임. 그는 동독 명문극장들의 음악지휘자로 활약했었다. 1971년 스웨덴으로 이주해 스웨덴방송교향악단, 보스턴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등의 객원지휘자를 역임.
「플라시도·도밍고」는 스페인 태생의 테너가수. 연70회 이상 세계오페라 무대에 출연. 이탈리아 태생의 「루치아노·파바롯티」 와 함께 현대 오페라의 황제다.
「마일즈·데이비슨」는 이제 52세의 「흘러간 가수」 지만 그의 명성은 6O년대 후반까지도 쟁쟁했다. 미국의 CBS는 『스케치 오브 스페인』, 『마이 퍼니 밸런타인』등 명반을내놓고 있다. 「제인·폰더」 는 여우보다는 이젠 사회운동가로 더 이름을 날리는 인물. 71년 『클 걸』 이란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 주연여우상까지 받았지만 그 후로 반전·여성해방운동에 나선 여걸투사가 되었다.
정경화씨는 13세의 소녀로 뉴욕의 줄리어드음악원에 유학, 오늘의 「위인」 이 되었다.
한국인의 재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새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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