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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학교서 놀다 감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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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학교에서 놀던 초등학생이 안전시설 불량으로 표면에 전기가 흐르는 가로등을 만졌다가 감전사했다.

지난 17일 낮 12시30분쯤 서울 관악구 C초등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 蔡모(9)군이 교내 가로등에 손을 대는 순간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응급처치 중 숨졌다.

蔡군의 친구 등에 따르면 교내 빈터에서 놀던 蔡군이 운동장으로 가기 위해 50㎝ 높이의 화단 울타리를 넘다가 철제 빔에 걸려 쓰러지면서 부근에 있던 가로등에 손을 짚는 순간 감전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안정기'가 고장 나 가로등 표면에 2백20V의 전류가 흐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 안정기는 18년 전인 1985년 만든 것이다. 기기 곳곳이 녹슬면서 제 구실을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이달 초 학생들이 "가로등에서 전기가 통한다"고 신고해오자 가로등에 40cm 높이의 고무판을 대고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만 붙였을 뿐, 시설을 보수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한국전기안전공사도 지난달 23일 이 가로등에 대한 월례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학무모 姜모씨는 "운영위원회나 어머니회에서 가로등 등 학교 시설에 대해 보수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학교 측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신고를 받고 점검할 때는 가로등에서 전기가 흐르지 않아 고무판만 두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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