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보관 종교집단 수사] 간부 집에 현금 8천만원·리무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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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지 않고 믿음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도를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뒤 부활시킨다며 시신 4구를 보관해온 경기도 연천 종교집단의 실상이 검.경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이 지역에서 솟는 샘물을 '생명수'로 부르면서 이 물이 죽은 사람을 살리고 불치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생활 장소에서 발견된 '생명수 치료일지'에는 지난 1월 25일 폭행당해 숨진 李모(31)씨에게 생명수를 투여했다고 적혀 있다. 이어 같은 달 31일에는 '생명수를 부어주자 죽은 피가 배출됐다'고 기록, 시신이 부패하는데도 피부가 되살아 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韓모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연천군 공원묘지에 매장했던 아버지(당시 77세)를 생명수를 통해 살린다며 매장 사흘 후 묘를 파헤치고 시신을 집단생활 장소로 옮겨올 정도였다.

사실상 이번 사건을 제보한 A모(31)씨는 "주변에 뱀이 많아 물릴 수도 있으니 약을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가 "생명수로 치료하면 되는데 무슨 약이 필요하냐"라는 핀잔과 함께 신앙심이 약하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하자 검찰에 고소했다.

한편 검찰은 구속된 핵심 간부 宋모(49.여)씨의 아파트를 압수수색해 1억원이 입금된 은행통장, 현금.수표 등 8천2백94만원과 함께 1백만원부터 8천만원까지 적힌 약정금 형태의 신도 정성금(헌금) 봉투 20여개도 찾아냈다. 宋씨 부부는 연천 지역 48평형 아파트에 살면서 수천만원대 리무진을 타고 다녔으며 집안에는 1천만원대 외제가구도 갖추고 있었다.

검찰 조사 결과 宋씨는 "나는 신을 볼 수 있다. 생명수를 마시면 죽은 사람도 살아난다"며 신도들을 현혹, 매달 정성금을 받아 재산을 축적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 宋씨는 함께 구속된 李모(30)씨 등 네명을 '교리상' 아들로 지명해 신도 관리 업무를 맡겨왔다.

연천=전익진 기자

<사진설명>
경기도 연천군 종교단체의 시체유기 사건과 관련, 간부 3명(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에 들어서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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