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홀로코스트 그린 '아우슈비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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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정문으로 들어와 굴뚝으로 나가는 곳이지…."

수용소 고참의 나지막한 읊조림은 연기처럼, 아니 가스처럼 주인공 주위를 맴돈다. 무대는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 만화 '아우슈비츠'(문학세계사)는 이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흑백 모노톤의 세밀한 필치로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프랑스 만화가 파스칼 크로시(42)는 1993년 '강제수용소 생존자의 그림전시회'에서 만난 한 여인의 고백이 이 만화를 그리게 한 계기였다고 말한다. 아우슈비츠 생존자였던 그녀의 증언은 그로 하여금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모른 척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만화 속 등장 인물들은 나치 독일군든 유대인이든 모두 커다란 눈망울이 강조돼 있다. 한쪽의 그것은 광기에 휩싸인 인간의 모습이고, 다른 쪽은 극도의 공포에 노출된 인간의 모습일 터.

가스실의 참상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그의 목소리는 높아진다. 지클론-B라는 독가스가 뿌려진 가스실. 가스가 바닥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가스실 내부는 '생존'의 본능이 꿈틀대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된다. 힘없고 약한 어린이나 노인은 밑에 깔려 뭉개지고, 조금이라도 숨을 더 쉬기 위해 서로 치고 받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 빚어진다.

"마음 속으로 증오하면 그만이지, 미워한다고 이렇게 인간을 죽여도 되는 거예요?"

가스실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주인공의 딸 안이 절규하는 모습은 바로 작가의 목멘 외침이다. 각종 자료수집과 스케치를 통해 작가가 5년간 심혈을 기울인 이 작품은 2001년 프랑스 의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됐다. 96쪽. 8천원.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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