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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링 3번 만에 ‘막말 댓글 판사’ 신상 다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판사 악성 댓글’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당사자인 수원지법 이모(45) 부장판사의 신상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놓고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네티즌 제보설’부터 ‘해킹설’ ‘수사기관 유출설’까지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 파악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안팎에서는 제보자가 이 부장판사와 댓글 내용을 두고 다툼을 벌인 네티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장판사가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 댓글을 써온 터라 반대 입장을 가진 네티즌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작성자를 확인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엔 작성자가 동일한 댓글을 모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댓글로 서로 공방을 벌였다면 이 기능을 통해 작성자의 e메일 주소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는 아이디의 일부를 ‘*’글자로 지운 상태로 보여주고 다음은 닉네임을 보여주지만 이 부장판사의 경우 2009~2010년께 작성한 댓글에서 닉네임을 설정하지 않고 ‘XXX@hanmail.net’이라는 e메일 계정이 그대로 노출된 댓글을 올렸다.

 이 e메일 계정을 구글로 검색하면 이 부장판사가 실명으로 개설한 블로그가 나온다. 해당 블로그에는 이 부장판사가 자신의 취미·레저 활동에 함께 할 동호인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고, 끝 부분에 ‘XXX@hitel.net’이라는 또 다른 e메일 계정이 적혀 있다. 이 계정과 함께 이 부장판사 이름을 다시 검색하면 서울의 한 명문대 동창회 명부 엑셀파일이 쉽게 검색된다. 이 동창회 명부에는 이 부장판사의 출신 고교·직업·현재 근무처는 물론 연락처 등이 모두 담겨 있다. 결국 두세 차례의 검색만으로 익명 댓글의 실제 작성자가 누군지는 물론 동호회 활동 등 사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방식을 통해 나타난 이 부장판사 정보가 정치권 등을 거쳐 언론사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판사 신분으로 편향적인 글을 쓴 것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노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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