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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색깔 노란 홍어, 등 무늬 선명한 고등어 … 수입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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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산 가자미 회로 알고 비싸게 사 먹었는데 국산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럴 경우 경찰에 신고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원산지를 놓고 분쟁이 생기면 경찰은 횟감을 수거한 뒤 국립수산과학원에 의뢰해 2주 정도 걸리는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 검사 결과를 통해 원산지는 물론 식당 주인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회를 먹은 본인이 유전자 검사를 국립수산과학원에 의뢰할 수는 없다. 어류 원산지를 단속하는 국립수산품질관리원과 관세청·해경 등 공공기관 의뢰만 받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은 분쟁이 생겼을 때만 공공기관을 거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면 된다.

 토막 내 팔거나 음식 속 재료로 사용된 생선, 또는 젓갈 속 생선도 유전자를 검사하면 수입 여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시장·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생선을 일일이 유전자 검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원산지 표시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이런 의문에 답을 얻으려면 국립수산과학원과 부경대가 최근 공동 발간한 『수입 어종 분류기술서』를 보면 된다. A4 용지 크기 190쪽의 이 책은 국민이 즐겨 먹는 수입 어류 84종의 형태와 유전정보(DNA)를 실었다. 수입 어종의 유전정보를 정리한 국내 최초의 책이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특히 비교 사진과 어류의 형태, 구분 방법을 적어놓아 국내산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부경대와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2년간 작업 끝에 완성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정하(47) 박사는 “국민이 실제로 먹는 물고기의 원산지를 비교한 것”이라며 “수입 어종을 국내로 반입할 때 원산지 판별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고등어의 경우 노르웨이산이 많이 수입된다. 실제 우리가 먹는 고등어와는 다른 종이다. 이 고등어는 등 쪽 물결무늬가 옆줄 비늘 선까지 뚜렷해 점점 무늬가 흐려지는 국내산과 많은 차이가 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번에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대서양 고등어’로 새로 이름 붙였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정확한 이름을 몰라 수입업자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이처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32종의 이름이 이번에 새로 명명됐다.

 남미 칠레산 홍어는 실제는 노랑코홍어다. 색깔과 형태가 국내산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잘라 놓으면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 갈치는 등지느러미의 색깔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 스리랑카에서 들어오는 갈치도 이번에 대서양 갈치로 이름 붙였다.

 제수용으로 많이 쓰이는 조기(참조기) 구분 방법은 꼬리지느러미의 모양, 위턱과 아래턱이 앞쪽으로 나와 있는 정도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중국산 부세가 이 참조기와 가장 비슷해 주의가 필요하다.

 책에 소개된 어류의 유전정보는 모두 NCBI(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데이터베이스에 실렸다. 누구나 쉽게 자료를 찾아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수입 수산물 의존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연간 약 110만t의 수산물을 수입한다. 그중 절반 이상을 어류(민물고기 포함)가 차지한다. 주로 식용으로 유통되는 냉동 바닷물고기만 100여 종으로 파악된다. 주요 수입 대상국은 중국(40종)·일본(38종)·러시아(22종) 등이다.

 이런 이유로 여러 수입·유통 업체들이 이 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벌써 신세계·롯데 등 유통업체가 국립수산과학원에 이 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받을 때 속지 않고 원산지를 정확히 표시해 팔기 위해서다. 1994년부터 어류 256종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제도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책 100권을 수산품질관리원과 관세청 등 관련 기관에 배부했다.

 부경대 김진구(47·자원생물학과) 교수는 “국민 식생활 안전을 위해 국내산과 외국 어종을 비교하는 포스터·전자책·핸드북 등을 널리 배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 BOX] 흑산도 홍어는 배에 ‘W자’… 꼬리가 몸통보다 길면 가오리

홍어 종류는 다양하다. 국내에는 칠레·아르헨티나·스페인·모잠비크산이 수입된다. 우리나라에 없는 종이어서 국산과 학명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참홍어·홍어·무늬홍어·광동홍어 등 여러 종류가 잡힌다. 흑산도 홍어는 참홍어다. 고가여서 중국산이 국산으로 둔갑하기도 한다. 배에 까만 점이 ‘W자’ 형태로 나 있는 건 흑산도 홍어다. 다른 홍어는 까만 점이 불규칙적이다.

 홍어를 1~2주 숙성하면 몸에서 암모니아가 생겨 코를 찌른다. 하지만 수입산 홍어는 맵지 않다. 전라도를 제외한 도시민 구미에 맞게 살짝 숙성한다. 홍어의 꼬리는 짧지만 가오리는 꼬리가 자기 몸보다 길다. 특히 가오리는 꼬리에 맹독 가시가 있어 어민들이 잘라버리는 경우가 많다. 몸통을 누른 뒤 주둥이 끝 부분을 잡고 쉽게 들 수 있으면 가오리, 들 수 없으면 홍어다. 가오리는 주둥이에 단단한 연골이 없어 쉽게 접히지만 홍어는 연골이 있어서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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