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39)한국적 선박명단-제80화 한일회담(3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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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일본이 우리측에 최초로 제시한 한국적 선박명단은 조선상선 소속 화물선인 9백31t짜리「가이네이」호를 비롯 모두 19척에 총5천8백10t에 불과했다..
우리는 당초 일본에 반환을 요구한 대상선박을 3백64척 (7만8천2백10t)으로 잡고 있었는데 일본측이 제시한 규모는 그 5% 남짓에 불과했다.
그나마 일본측은 『전쟁중에 공문서가 없어져 개별적인 자료수집에 의해 파악한 것인만큼 일단 한국국적 선박이라는 사실만 확인할뿐 이를 일본정부가 반드시 반환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란 단서를 붙였다.
또 구체적인 선박명단이나 그 인도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국내입법조치및 자국선주들에 대한 보상조치가 뒤따라야 하므로 지금 당장 확답키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뿐만아니라 일본은 SCAP련 2168호나 군정령 33호 자체에 이견이 있으니만큼 양국이 이의 해석에 합일점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우기고 나왔다.
이와함께 자기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반증자료로 삼기위해 일본은 14차회의에서 모두 14개항에 걸친 질문서를 우리에게 제출했다.
질문의 주요내용은 이러했다.
△주한미군정령 33호에 「선박귀속」에 관한 명문이 있는가 △한미간에 체결한 「재산및 재정협정」 속에 선박인도에 관한 조항이 있는가 △한국수역이란 무엇인가 △군정령 33호의 구체적인 관할구역은 어디인가 △군정령 33호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인가 △한미협정에 의해 한국이 인계받은 인계서나 재산목록이 있는가 △군정령 33호에 의해 종국적으로 한국에 인도된 선박은 무엇 무엇인가 △그 근거는 무엇인가.
요컨대 미군정령 33호에 「선박귀속」의 명문규정이 있는지도 귀속실적이 실제로 있는지를 우선 확인한 뒤에 그런 것이 없을 경우,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선박반환에 불응하려는게 일본측 질문서에 감춰진 의도였다.
우리측은 이에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선박은 군정령 33호2조의 「기타재산」에 해당되어 귀속된다 △한미재산및 재정협정에 「선박」이라고 꼬집어 지칭한 자구는 없으나 모든 귀속재산이 이 협정에 의해 한국정부에인도되었고 선박은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귀속재산이므로 귀속선박도 당연히 이 협정에 의해 한국에 인도되었다 △한국수역이란 한국영해를 말하는 것이다 △군정령의 구체적인 관할구역은 재한 미군정장관의 관할구역.즉 38도선이남의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및 영해를 말한다 △미군정령의 유효기간은 45년 l2월6일부터 현재에 이른다.
이처럼 서로 상대방의 허와 약점을 노린 팽팽한 대결의식이 감춰진 가운데 양쪽의 장군 장군 멍군식 질의응답 공방은 한동안 되풀이 되었다.
12월에 들어서도 선박회담은 군정령 33호등의 해석을 둘러싸고 평팽한 법이론 논쟁만을 지루하게 계속했다.
일본측의 SCAP령및 군정령 해석을 둘러싼 집요한 법적 근거시비에 대해서는 우리측의 홍진기 수석대표도 법률전문가인지라 정연한 법이론으로 맞섰다.
그러나 지철근씨등 비교적 젊은 대표들은 『도대체 일본은 SCAP령 2168호에 의해 "한국국적 선박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책상을 치며 흥분하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의 SCAP령 거론에 대해서는 비교적 약했다.
그들은 우리들이 SCAP령을 들이대면 그때마다 『SCAP령에 의하면 반환의무는 있다』 고 일단 시인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SCAP당국이 우리와 강화조약에 서명한 이후 돌발적으로 신지령을 발동했고 그것도 한국의 요구에 따른 것인만큼 SCAP과 일본정부간의 협의도 있어야 한다.지금SCAP은 우리의 「어떻게 된것이냐」는 문의에 「양국간의 직접 절충으로 원만히 해결하라.즉 외교절충으로 해결하라」고 말하고있다. 그러니 우리에게 반환의무가 있다면 SCAP에 대해 있는 것이고 한국에 대해서는 SCAP이 「절충하라」고 지시하고 있는대로 앞으로 「협의할 사항이다」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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