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풍자 쇼 하차" 한 마디에 3800억원 날린 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미국 케이블방송의 정치풍자 프로그램 ‘데일리 쇼’를 16년간 진행해온 배우 겸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52·사진)가 올해 말 하차한다. 스튜어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방송 도중 “16년 5개월이란 시간은 내가 무언가를 시작해 가장 오랫동안 지속해온 것”이라며 “내가 가졌던 이 멋진 기회를 다른 이에게 넘겨줄 때가 됐다”고 하차 의사를 밝혔다. 월~목 밤 11시 방송되는 데일리 쇼는 정치인·언론인 등을 재치 있고 신랄하게 풍자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데일리 쇼의 최근 일일 시청자 수는 100만 명 이상이다.

 존 스튜어트의 하차 소식에 미디어 그룹 주가까지 폭락했다. 11일 포천에 따르면 데일리 쇼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 비아콤(Viacom)주가는 하차 소식이 전해진 뒤 하루에 1.5% 하락하며 시가총액에서 3억5000만 달러(약 3800억원)가 날아갔다.

 스튜어트의 ‘촌철살인’ 풍자에 성역은 없었다. 대통령도 잘못이 있다면 과감히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은 조롱당할 위험을 감수하고 출연에 응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보수단체인 티파티, 공화당원 등을 초청해 토론을 벌이며 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랬던 그도 늘 신랄하기만 한 건 아니다. 9·11 테러 당시엔 방송에서 애국심도 드러냈다. 그는 “파괴는 바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을 비난했고, “미 국민들이 (테러 후) 재건에 나선 것이야말로 훌륭한 일이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온다. 쇼에 출연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수석고문은 트위터에 “그가 떠난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는 밤”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때때로 그가 구사하는 유머의 희생양이 되지만 지금도 팬”이라며 “그는 독특한 관점의 소유자이고 대중들에게 나라 사정을 잘 알리는 역할을 해냈다”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