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마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탈북자는 난민 … 북한 송환 안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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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년 전 한국에 주재했던 시에라리온 대사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이 돼 다시 한국을 찾았다.

대학적십자사 창립 100주년 기념 국제인도법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압둘 코로마 재판관은 2일 "정확히 20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은 놀랍도록 발전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라며 감회를 털어놨다. 그는 "하늘을 찌를 듯한 빌딩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며 "한국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그는 1982~85년 초대 주한 시에라리온 대사를 지냈다. 1994년 ICJ 재판관에 선출된 뒤 12년째 국제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1980년대 양국은 활발하게 경제협력을 했다"며 "유엔 회의 등 각종 국제 무대에서 시에라리온은 언제나 한국의 친구였다"고 강조했다. 80년대 남.북한이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외교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북한이 신생 독립국가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새롭게 등장하자 한국이 맞대응 전략으로 나섰던 것이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 그는 "국제법은 정치.종교.인종 등으로 인한 박해를 피해 조국을 떠난 사람들을 난민으로 규정한 뒤 적극 보호하고 있다"며 "탈북자는 명백한 난민으로, 송환 금지의 원칙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경제적 이유로 조국을 떠난 사람이나 내전.가뭄.홍수 등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이들에게까지도 국제법의 보호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코로마 재판관은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엔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제 인도법 분야의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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