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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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는 정부가 감세·규제완화 등을 실시하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늘고,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혜택이 돌아가고 세수도 더 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삼성동에 571m 높이의 초고층 사옥을 짓겠다고 나서자 정부가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것도 이같은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낙수효과는 1980년대 미국의 제 40대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1911~2004)이 택한 경제 정책으로 법인세나 고소득층의 개인 소득세를 대폭 인하해 미국 경제를 재생시켰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미국의 첨단 IT기업들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를 만든 근본 원인도 레이건 대통령 시절 ‘관료주의’적인 각종 규제를 모조리 없앴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각국은 낙수 효과를 정부의 기본적인 경제 정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부터 낙수 효과는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을 잃게 됩니다. 각국 정부가 낙수 효과를 기대해 세금을 줄여줬어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낙수 효과에 대해 외국과 마찬가지로 비난이 생겼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소득규모별로 8%와 17%, 26%로 돼 있던 소득세율을 2%포인트씩 낮추고, 법인세는 기존 13%, 25% 세율을 10%, 20%, 22% 체계로 개편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회복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부 정치인들은 다시 법인세를 올려 그 재원으로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복지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부터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바로 낙수효과의 반대인 분수효과 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금을 인상해도 세수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지요. 법인세나 부가가치세 세율을 높인다고 해도 경기가 위축되면 조세 기반인 ‘세원(tax base)’이 좁아지기 때문이지요. 틴틴들이 배우는 중·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에도 여러번 강조해서 나와있는 내용입니다. 세원은 각종 세금을 매길 수 있는 기본 단위로 국민들의 매년 벌어들이는 소득·재산·소비규모 등을 일컫는 말입니다. 특히 세금을 내리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올릴 경우에는 경기침체와 직결된다는 분석도 있어요.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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