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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중소기업] 사내에 카페·노래방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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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벽걸이형 TV에 입체형 서라운드 시스템, 인터넷으로 신곡이 자동 업데이트되고 5.1 채널 원음 재생이 가능한 반주기 등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는 TJ미디어 사내 노래방에서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옥 1층 전체가 최고급 카페로 꾸며진 TJ미디어의 복지공간 '티움'에서 직원들 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닉스전자 헤어숍

쌈지 '한뼘 갤러리'

디자인하우스 사무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엔 '티움(TUM)'이라는 곳이 있다. 건물 앞으로 목재 데크가 있고, 그 위엔 고급 파라솔과 탁자가 늘어 서 있다. 데크 양 옆에는 작은 자작나무숲이 조성돼 있다. 이 길을 따라가 건물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한 조명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널찍한 카페가 나온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유리창에 고풍스러운 커튼이 늘어져 있고, 가죽 소파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바리스타(전문 커피 제조자)가 에스프레소를 건네준다. 청담동의 여느 고급 카페를 연상케 하는 정경이다.

그러나 이곳은 전문 업소가 아니다. 한 중소기업 건물 1층 로비의 이름이다. 노래반주기 전문업체 TJ미디어가 최근 사옥을 증축하면서 건물 1층 전체를 최고급 카페로 꾸민 것이다. 200평 규모의 공간에 카페테리아를 비롯, 세미나.콘서트가 가능한 다목적홀, 서재 등을 배치했다. 노래반주기 제조 업체의 특성을 살려 이 건물에는 층마다 최신식 노래방 시설이 갖춰져 있다.

TJ미디어 관계자는 "최고의 근무환경에서 최고의 능률이 생긴다는 생각에 이런 시설을 마련했다"고 했다. 젊은 직원들의 성향에 맞추기 위해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해 언제라도 정통 에스프레소 기기에서 뽑은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사무 공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중소기업이 최근 늘고 있다. '중소기업은 영세하다''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미지를 없앰으로써 직원들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의도다.

서울 장충동에 있는 미디어 콘텐트 그룹 디자인하우스의 경우 사무실 자체를 갤러리로 꾸몄다. '행복이 가득한 집''월간 디자인' 등 생활 문화잡지를 펴내는 곳인 만큼 직원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 편안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사무실 입구에 걸려 있는 백남준의 '자화상'을 비롯해 가수 조영남의 회화 작품 '비와 우산' 등 40여 점이 사무실 곳곳을 채우고 있다. 이 사무실에 들어서면 마치 작은 미술관을 찾은 느낌이 든다.

소형가전 전문업체 유닉스전자는 서울 용산의 본사 1층에 직원들을 위한 헤어숍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헤어 드라이어 시장 1위 브랜드라는 특성을 살려 이 같은 복지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3년 전부터 사내 헤어숍을 운영하고 있는 유닉스전자는 직원과 고객들을 상대로 정기적으로 두피 관리와 헤어스타일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에서 유학한 전문 헤어디자이너도 따로 채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에겐 무료로 각종 헤어스타일을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제품을 자주 사용하면서 제품 개발에 대한 영감을 얻게 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아이디어 공간"이라고 말했다.

한편 패션 기업 쌈지는 미술 전시관 겸 작업장으로 운영 중인 홍대앞 쌈지스페이스를 직원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직원 중에 의류.잡화 디자이너들이 많은 만큼 언제라도 가서 문화 생활을 즐기는 한편 디자인에 대한 영감도 얻으라는 취지다. 또 방이동에 있는 본사 1층엔 '한뼘 갤러리'라는 작은 공간을 마련, 유명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한 달 동안 하나씩 번갈아가며 전시한다.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사장은 "회사가 작을수록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을 최고로 끌어올려 주는 게 중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에게 편안하면서도 영감을 줄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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