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안주는 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추석을 앞두고 근로자에 대한 노임체불이 지난해보다 늘어나고 있음에 주목할 괼요가 있다. 노동부가 밝혀낸 자료만으로도 추석을 열흘 앞둔 현재 전국 2백24개 업체에서 3만7천2백명의 근로자들이 그들의 노임 95억원을 못받고 있다.
이런 통계는 그나마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체임에 관한것이고 개인사업체나 영세서비스사업의 노임체불까지 고려하면 실제체임은 이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부공식통계로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체불액 78억원에 비하면 21%나 늘어난 규모이다. 기업의 지급능력이 반드시 성장과 비례하는것은 아니라해도 여러 경제지표상에 나타난 올해경제의 성과와 비교할 때 체임의 증가는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2·4분기만도 9%가 넘는 실질 성장이 이루어졌고 현재 전망으로는 연평균 8%선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임금억제 정책으로 인해 올해 임금인상도 예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노임체불이 늘어난 점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성장과실의 누출이 있거나 기업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반증으로 볼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는 일부 상습적인 체불업주에서 보듯이 임금채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도 저위에 머물러 있는것과 관계가 깊다. 불황기는 불황이라는 이유로 임금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호황기에는 시설 투자등을 이유로 밀려나는 경우가 없지않다.
임금체불의 방지를 보장하는 여러종류의 제도를 마련하는것은 최저화금제리나 기타 여러 임금정책 과제에 우선돼야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상습적인 체불은 노동부와 기타 유관부서가 긴밀히 협조하여 추석때가 아니라도 언제나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
다만 경기와 무관하게 언제나 불황산업, 사양업종이 있을수 있으므로 이런 산업과 업종에 대해서는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 정부의 적절한 도움이 필수적인 경우도 없지 않다. 그 두드러진 예로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석탄산업을 들수 있다.
다행히 석탄산업에 대해서는 석탄기금등의 활용으로 1백여억원의 지원자금이 방출되어 이부문의 체임은 크게 완화될것으로 보인다. 다른 유사한 사양산업이나 불황업종에 대해서도 가능한 최대한의 정부 지원이 기대된다.
기업의 지불능력과 관련, 올들어 지속되고 있는 금융긴축이 기업의 자금사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수 없다. 인플레억제와 통화긴축이라는 거시적 목표의 테두리 안에서라도 신축적인 자금운용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 8월까지의 강도높은 금융 긴축으로 상당한 통화여유를 확보한것으로 보이며 이를 자금 성수기에 활용하는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특히 이달들어 총통화는 5백67억원이나 줄어들어 추석자금의 방출이 가능할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통화 증가율을 15%로 잡더라도 연말까지는 매달 3천8백여억원의 자금방출이 가능하고보면 9월의 자금 성수기에 다소 넉넉한 자금을 물더라도 총량목표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이같은 추석결제자금의 방출은 대기업이나 특정산업에 편중되어서는 안되고 중소기업과 체임해소에 더 주력하는것이 옳은 길이다.
체임 일소를 위해 정부와 은행·기업의 보다 긴밀한 협조와 지원이 요청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