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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에 18억달러 '뒷돈' 건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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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볼보.지멘스.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약 2400개 세계 각국 기업들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정권에 18억 달러(1조8000여억원) 이상의 리베이트를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1996~2003년 실시된 유엔의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상납업체 명단엔 기아.대우 인터내셔널.LG화학 등 11개 한국 기업도 포함돼 있다. 한국 기업들은 적게는 9840달러에서 많게는 거의 70만 달러까지 모두 154만 달러(약 16억원)의 뒷돈을 제공했다. 이 같은 사실은 27일 이 비리를 추적해온 유엔 조사위원회가 내놓은 630쪽의 최종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 관련업체 62%가 상납=유엔은 90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금수조치가 내려진 이라크에 96년부터 제한된 원유 판매만 허용했다. 의약품과 식량 등 인도적 물품을 외국에서 사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유엔 관리들이 관리책임을 맡은 이른바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 이라크 정권은 유엔 관리들과 결탁해 이 프로그램을 지지세력 확보와 비자금 마련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세인 정권은 우선 러시아.프랑스 업체들에 가장 많은 원유를 살 수 있도록 배려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이라크에 가장 우호적인 국가들이다. 이들에게 자국 원유를 싸게 제공했다. 대신 외국에서 물품을 사올 때면 으레 납품금액의 10% 안팎을 리베이트로 요구했다.

이라크에서 원유를 사거나 의약품 등 인도적 물자를 납품해온 업체는 모두 3852개. 이들 중 후세인 정권에 뒷돈을 건넨 기업들은 62%인 2392개에 이른다. 후세인 정권은 물품 수입 시 '판매 후 서비스료''육상 운송비' 등의 명목으로 구매대금의 약 10%를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11개 한국 업체도 연루=이라크 정부에 납품했던 한국 기업은 모두 15개. 이 가운데 11개가 뒷돈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대우.LG화학 외에 LG상사.미도물산.강림.서브넥스 등이다. 기아는 소형버스와 부품 약 800만 달러어치를 납품하고 69만 달러를 뒷돈으로 제공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버스와 부품 등 250만 달러어치를 팔고 리베이트로 23만여 달러를 건넨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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