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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전 올림픽장… 유엔 안보리 (서방맹공 계속 소는 안절부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KAL기격추사건을 따지기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회가 거듭될수록 자유·공산진영간의 설전올림픽장으로 변하고 있다.
7일하오4시15분(현지시간·한국시간 8일상오5시15분)에 속개된 안보리에서 소련측은 더이상 비난의 집중화살을 받을수 없었는지 폴란드. 불가리아·동독등 공산권 3개국을 소련비호발언국으로 동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일본과 소련이 정면으로 충돌했으며 「구로다·미즈오」(흑전서부)일본대사는 안보리개최이래 가장 오랜시간 발언했다.
「구로다」대사는 소련의 「트로야노프스키」대사가 6일회외에서 『KAL기 격추사건은 일본에도 그 책임이있다』고 발언한데 대해 이날 회의에서 되받았으며 『일본정부가 KAL기에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은 일본 레이다 성능에 한계가있기 때문』이라고말했다. 「구로다」대사는 또 사고당일 일본 관제탑과 KAL기 조종사와의 대화내용을 상세히 발표하면서 소련대표단석을 향해 『일본정부 비난발언을 즉각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소련측을 비호하고 나온 선봉장은 폴란드.
폴란드 대표가 발언을 시작하자 「트로야노프스키」소련대사는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잡고 경청하기 시작했으며 KAL기가 스파이활동 목적으로 소련영공에 진입했다는 발언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을 표시했다.
「트로야노프스키」는 하오5시께 폴란드 대표의 발언이. 끝나자 다른 대표의 발언을 더이상 들을필요가 없다는듯 회의장을 빠져나가 회의가 끝날때까지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불가리아·동독대표도 내용이 비슷한 소련옹호발언을 하면서 희생자의 유족들에게는 유감의 뜻을 표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이날 회의장 분위기는 동구권발언자들이 대부분 KAL기 사건을 이용해 미국이 반소무드를 「신경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지난 2년동안 중남미문제등으로 안보리에서 계속 수세에 몰려있던 미국은 이번 KAL기 사건으로 완전히 대소기선을 제압, 회의장 분위기를 활기있게 이끌어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소련비호에 나선 동구국가들은 한쪽 구석에 몰려 귀엣말을 나누었으며 소련대표단은 회의중 조용히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회의장 방청석은 신문을 읽는 방청객이 있으면 경비원이 『신문을 읽지말라』고 말리는등 물 끼얹은듯 조용히 회의과정을 지켜보았다.
안보리회의장은 방청객이 환호성을 올리거나 박수를 치면 퇴장당하게 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고 유엔 경비원 15명이 지키고 있어 삼엄한 분위기를 보였다. 【유엔본부=이근량뉴욕판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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