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0)-제80화 한일회담 (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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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교위원회가 가장 역점을 두고 대일강화조약초안을 검토해 결국 조약에 반영시키는데 성공한 것이 귀속재산처리에 관한 조약4조B라는 것은 이미 말했다.
51년7월7일 발표된 초안4조A항은 우리측에 엄청나게 불리한 다음과 같은 조항이었다. 『제2조(한국독립승인포함)와 제3조에서 언급된 지역에 있는 일본과 일본인의 재산 및 상기지역을 현재 관리하는 당국과 그 주민(법인포함)에 대한 일본과 일본인의 청구권(채무관계포함)의 처리, 그리고 상기당국과 주민의 재산 및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청구권(채무관계포함)의 일본에 있어서의 처리는 일본과 상기당국간의 특별한 협정에 의해 결정한다』
이 조항은 대단히 길고 또 추상적이어서 얼른 이해하기 힘들겠으므로 이것을 알기 쉽게 바꾸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 있는 일본의 국·공·사유재산 및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그들의 청구권처리에 관해서는 이 강화조약과 별도로 한일간의 특별협정으로 해결을 짓는다.
둘째 이것과 정반대로 일본에 있는 한국의 국·공·사유재산 및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우리측의 청구권처리에 관해서도 특별협정으로써 해결을 짓는다.
문제는 첫째 것, 즉 한국에 있는 귀속재산이었다. 둘째 것은 그에 관해 특별한 규정이 없어도 당연히 우리의 권리가 그대로 살아있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덜레스」시안때에는 첫쨋번의 규정마저 연합국과 우리 경우 같은「일본이 포기한 영토」를 구별하지 않고 재산과 청구권에 관한 규정을 작성해 오히려 여러가지 혼란과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면 연합국이 취득하는 일본 재산에는 몇가지 예외가 있어서 이를테면 종교단체나 자선재단의 재산은 제외하게 되어있는데(럴레스시안14조, 최종초안 14조), 이러한 규정은 한국에 있는 일본재산에는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에 있는 일본재산은 미군정법령33호에 의해 종교재산과 자선단체의 재산에 대해서도 예외없이 일체 한국에 이미 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정을 달리하는 연합국과 한국은 별도로 규정될 필요가 있었다.
하옇든 이 초안이 나왔을 무렵의 당시 어떤 일본인은 한국인에게 편지를 띄워 자기가 한국으로 나올 때까지 자기가 두고간 짐을 잘 간수해 달라고 부탁을하는 판이었으니 이 문제의 중대성은 짐작될 것이다.
사실 일본인들은 8·15해방 당시부터 그들의 재한재산에 관해 실로 연연불망하는 태도를 지속해왔다. 지금도 우리 기억에 새로운 것은 해방후 며칠 안되어 경성대학 안전교수가 『전쟁은 국가와 국가간의 행동이므로 사유재산에는 변동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법상의 원칙』이라고 주장(경성일보)했던 것이다.
또 51년6월16일자 일본의「동양경제신보」에는 연합국이 아닌 한국이 어찌해서 재한일본재산을 취득할 수 있느냐 라는 투의 산하강웅 나고야(명고옥)대학교수의 글을 실었는데 이것이 당시 드문드문 고개를 쳐들던 일본의 주장이었다.
이런 형편이었으니 이 조항을 명백히 해 두지않으면 장차 큰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다. 우리는 당시 재한일본재산은 아예 우리의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하등 문제가 남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왔다.
따라서 귀속재산에 관해 강화조약속에 어떤 규정이 들어간다면 그것은 귀속재산에 관해 일본및 일본인이 완전히 권리를 포기하고 그것을 완전히 취득하는 취지의 규정일 것으로 확신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첫번째 초안의 규정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귀속재산에 관해 일본과 별도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거부하고 강화조약 자체에 이예 관해 우리가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다는 조문을 추가로 넣도록 하는 길을 강구하게됐다.
우리는 이에관한 법리를 조리있게 구성, 미국측에 수교했다. 이를 미국측이 받아들여 4조B항(일본은 2조및 3조에 규정된 지역의 미합중국군정에 의해 또는 그 지령에 의해 행하여진 일본과 일본국민의 재산처리의 효력을 승인한다)을 신설했다. 이로써 한미간의 귀속재산이양조치는 평화조약에 의해 승인됐으며 이는 우리 초창기 외교의 큰 수확이 아닐수 없다.
그런데도 일본은 그후 한일회담을 통해 그 재산에 대해 아직도 무슨「청구권」을 가지고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몇번이나 회담을 결렬시켰던 것이니 만일 그 조항이 신설되지 않았던들 무슨 주장을 들고 나와 우리를 괴롭혔을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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