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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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마다 이맘때면 한창 붐비던 대학의 취업상담창구가 요즘은 매우 한산한 분위기.
대학의 취업인구를 대량으로 흡수하던 대부분의 대기업이 문교부의「조기취업금지요청」 에 부응, 해마다 9월부터 시작했던 공개채용시험을 11월로 미뤄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서울대·연대·고대 등 세칭 서울의 일류대 취업창구도 이례적일만큼 조용한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조용한 대기상태」에서 사태추이를 관망하고 있으며 해당학과교수나 취업담당직원들도 이렇다 할 취업지도, 또는 통계조차 내놓지 못하는 실정.
그러나 대기업이 공개채용을 미룬대신 일부 연구기간과 중소기업등에서는 이 기회를 우수한 인재를 먼저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겨 각 대학을 분주히 드나들고 있으나 학생들의 호응은 그다지 높지않은 형편이다.
서울대 취업담당직원 조문영씨는『한국생산성본부 등 20여개의 연구단체와 중소기업에서 졸업생 추천을 희망하고 있으나 그 수요가 각각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대 전체취업률은 90.07%.
지난해 86.8%의 취업률을 나타낸 연대도 올 가을의 사정은 마찬가지. 작년 같으면 한창 붐비던 취업상담창구는 한진해운·진도산업등 40여개 업체에서 추천의뢰를 해오고 있으나 학생들이 대기업의 공개채용 시험때를 기다리고 있는듯 문의전화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92.7%의 취업률을 보인 고대도 부산파이프·한국증권대체결제등 10여군데에서 추천의뢰를 해온 상태.
연대 장학복지과 직원 이주영씨(33)는『지금까지 학생들이 일류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을 띠었으나 최근 2∼3년전부터는 큰회사에서 혹사 당하느니보다 개인생활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늘어나 금용계·공무원·교직등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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