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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실인사' 여론 뭇매 … 24일 만에 낙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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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3주일 넘게 마이어스 지명자를 강력히 옹호해 온 부시 대통령은 이날 마이어스 지명자가 상원 측의 부당한 백악관 내부 문서 제출 요구 때문에 물러서게 됐다며 자진 철회의 탓을 의회에 돌렸다. 부시 대통령은 "상원 의원들은 마이어스 지명자가 백악관 근무 기간에 취한 조언들과 관련된 백악관 내부 문서를 얻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밝히는 것은 솔직한 조언을 받을 대통령의 능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는 마이어스의 자진 철회를 그동안 끊이지 않았던 자격과 성향 시비에서 찾고 있다. 백악관 법률고문으로 일하던 마이어스는 3일 대법관 지명을 받은 이래 '정실인사'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았다.

마이어스는 특히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로 있던 시절 개인 변호사를 지낸 뒤 백악관에 입성한 측근 인물로 법관 경력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많은 공격을 받았다.

야당인 민주당 측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마이어스의 자격과 성향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들끓었다. 27일 미국 언론은 "부시에게 극한적인 충성을 보여 온 마이어스가 대법관이 될 경우 대법원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이 이날 지명자 자진 철회를 신속하게 수용한 것은 부시 행정부에 튀는 불똥을 막아 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지지세력인 공화당이 마이어스의 이데올로기 정체성에 회의를 표시하며 반대한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 또 일각에서는 '마이어스 자진 철회'라는 충격 요법으로 연일 거론되는 리크게이트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마이어스 지명자 자진 철회를 계기로 다음 후보는 공화당이 원하는 확실한 보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민주당 측의 반대가 거세져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갈등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부시 입장에선 새로운 인물을 지명하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 마이어스 지명자를 놓고 심각한 분열을 보인 공화당 세력을 결집시키는 이점을 챙길 수 있다.

어찌됐든 마이어스 지명자의 낙마는 결국 부시 대통령 인맥의 난맥상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돼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워싱턴.서울=김종혁 특파원.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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