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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자원봉사자 최고 실적 강미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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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증장애인 수용 시설인 대전시 대덕구 대화동 '평강의 집'을 찾은 강미선씨가 한 정신박

"직장 동료들이 여행 다닐 때 저는 복지시설을 찾아요."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직원 강미선씨(48.여.대전 중구 부사동)는 지난 1년간의 자원봉사 활동 실적이 총 1194시간이나 된다. 매일 평균 3.3시간씩 활동한 셈이다.

이런 공로로 강씨는 연간 실적이 150시간을 넘는 대전시민 330명과 함께 12일 염홍철 대전시장에게서 자원봉사 마일리지증을 받았다.

대전시내 자원봉사자 9만2000여명 중 가장 활동 실적이 우수한 이들에게는 대전시가 운영하는 문화.체육시설 이용료의 50%를 할인 해준다.

강씨에게 '하루 24시간'은 너무 짧다.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집안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70대 노부모를 모시면서 미혼인 남동생의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직장에서 퇴근한 뒤에는 야간대학(대덕대 사회복지학과 3학년)을 다닌다. 학교 수업이 없으면 평일에도 노인병원 등 복지시설로 달려가 간병.설겆이 등을 한다.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는 하루 종일 집밖에서 살다시피한다.

그는 "주말에 복지시설에 가기 위해 배낭을 메고 집을 나가면 이웃 사람들이 노처녀가 혼자 놀러 가는 줄 알고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겸연쩍어했다.

강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지만 아직 자가용이 없다. 직장.학교.봉사활동 장소 등을 모두 버스를 타고 다닌다.

키 155㎝의 자그만 체격이지만 강단이 있는 강씨는 보울링.피아노.수지침.레크리에이션 등 각종 스포츠와 예능에 재주가 많아 봉사활동 중 가끔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노인 등으로부터 다른 봉사자들보다 더욱 환영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전 온누리노인병원에 입원 중인 이성재(80)할머니는 "손녀같은 미선이가 방문하는 날이면 하루가 너무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4녀 1남 중 셋째딸로 태어난 강씨는 1977년 대전여자초급대학(현 배재대) 보육학과를 졸업한 뒤 곧 바로 한국은행에 취직했다.

이어 90년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명절 때 복지시설 위문공연을 다니면서 불우한 이웃에 눈을 뜨게 됐다고 한다.

2001년 8월부터 직장에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하자 직장 동료들은 저마다 주말 여행 계획 등을 짜기에 바빴다. "휴일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까"하고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대전시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등록한 뒤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엔 부모님이 "남들처럼 시집가서 편안하게 살지 왜 힘들게 사느냐"며 극구 말렸다.

그는 지난 9월 7일 '사회복지의 날'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상을 받아 상금 20만원을 자신이 재학 중인 학과에 내놓기도 했다.

강씨는 "결혼은 하지 않고 직장을 그만 두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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