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박사 이창열의 지긋지긋한 영어 이야기] 1. 13세 이전·이후 영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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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자주 나오는 이참씨나 하일씨는 한국말을 잘한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말소리만 들어도 대번에 그들이 외국인임을 알 수 있다. 가끔 얼굴을 가리고 말만 들었을 때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모를 정도로 잘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은 영어와 한국어를 둘 다 완벽하게 하는 것일까.

하버드대학에 재학할 때 하버드 한국학생회지의 글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한국학생이 쓴 글(물론 영문)이었다. 그 학생은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은 간단한 것밖에 못할 정도인데 막상 그의 고민은 동료 법대 학생들이 자신의 영어 능력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하버드 법대에 다닐 정도면 미국인과 비교해도 지능이나 언어 면에서 최상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왜 그런 고민을 할까.

언어는 학교에서도 배우고 집에서도 배운다. 어릴 때 배우는 언어가 있고 커서 배우는 언어가 있다. 아무리 지적 능력이 뛰어나도 부모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면 무언가 빠지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 가지 언어도 완벽하게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낫겠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 계속 살았어도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 감동적으로 말하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러면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할 수 있을까. 거의 포기하는 게 좋다.

그렇지만 두 가지 언어로 의사소통을 문제 없이 할 수는 있다. 한마디로 기대 수준을 낮추면 된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의학 논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두 가지 언어를 자유롭게 쓰는 사람에게 두 가지 말을 쓰게 하면서 자기공명영상기(MRI)로 뇌를 촬영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두 언어를 쓸 때 뇌의 자극 부위가 달라져 사진이 다르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고 같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었다. 자극 부위가 다르게 나타난 사람은 두 번째 언어를 13세 이후에 배운 사람들이고, 같게 나타난 사람은 13세 이전에 배운 사람들이다.

13세 이전에 두 가지 언어를 배우면 뇌의 언어를 관장하는 부분이 두 언어를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편하게 여긴다. 그 나이를 넘어가면 두 번째 언어를 말할 때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교육을 통해 영어를 원어민처럼 사용하기 위해선 13세 이전에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된다. 영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꼭 조기 유학을 가야할 필요는 없다.

◆이창열씨는=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26세),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29세), 현재 영재교육 관련 회사인 앱투스 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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