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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의 주범 「엘니뇨」|8∼10년 주기로 위력 떨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어느나라든지 매년 자연재해를 입지 않는 나라가 없지만 올해는 특히 세계가 기상이변으로 시달리고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 집계에 따르면 연례적인 자연재해를 제외한 이번 기상이변의 피해는 사망자 2천1백여명에 재산피해가 1백31억달러에 이른다. <표참조>
이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종래 엄청난 피해를 몰고오던 기상패턴에 변화를 일으켜 오히려 덕을 보고있다.
태풍이 그렇다. 예년 같으면 이미 15회이상 발생했을 태풍이 올해는 7회에 그치고 있으며 우리에게 피해를 준것은 없었다. 기상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태풍을 일으키는 하나의 요인인 남반구의 무역풍이 비정상적으로 약화되고, 그 결과 형성된 두드러진 엘니뇨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통계적으로 보더라도 큰 엘니뇨현상이 있었던 지난72년과 76년의 이듬해에는 우리나라의 태풍피해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기상이변의 주범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엘니뇨란 무엇인가.
또 이것이 어떤 작용을 통해 기상이변을 몰고 오는지 알아본다.
엘니뇨현상이란 남미 페루연안에 형성되는 난류현상을 말한다.
보통 5년을 주기로 남동태평양의 기압이 떨어지면서 무역풍이 약화돼 발생한다.
대개는 페루근해의 어종과 어획량에 변화를 일으켜 어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그치지만 8∼10년을 주기로 두드러지게 커져 기상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한다.
이번의 엘니뇨는 이미 지난해 5월 위도10도내외의 태평양 적도해역이 예년보다 섭씨1도가량 높아진후 9월에 페루연안의 수온이 5∼6도정도 높아졌고 10월에는 전례없이 알래스카만까지 그여파가 미치는등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상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태평양의 대기상태와 해류에서 찾고 있다. 무엇보다도 큰 원인은 태평양의 대기가 전같지 않다는 것.
태평양열대기단의 기압배치는 보통 인도네시아부근에 따뜻하고 다습한 저기압이, 타이티섬주변 남동태평양에 건조한 고기압대가 각각 위치해 그 불균형으로 남반구의 남미쪽에서 서태평양쪽으로 부는 무역풍을 만든다. 그러나 지난해6월 인도네시아부근의 저기압은 웬일인지 동쪽으로 이동해버리고 건조한 고기압이 호주주변에 형성됐다. 동시에 동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이 점차 소멸되고 서풍의 세력이 강해졌다.
해류의 움직임은 남태평양 솔로몬제도부근의 더운물이 남미쪽으로 흘러가게 마련인데 무역풍의 약화로 그 속도가 빨라졌었다.
이결과 서태평양의 더운물이 동쪽으로 흘러가 동태평양의 수위가 15cm이상 높아지고 수온도 5∼6도나 올라가는 현상을 보였다.
엘니뇨 현상은 습하고 더운 공기를 몰고 와 아메리카지역에 폭우를 쏟아 부었으며 반대로 서태평양지역에는 극심한 가뭄을 낳는 기상이변을 가져왔다.
그러면 무엇이 무역풍을 약화시켜 엘니뇨가 극성을 부리게 했는가. 많은 학자들은 지난해 봄 폭발한 멕시코의 엘치촌화산을 들고 있다. 화산재가 대기층을 덮어 태양열을 흡수, 확산시킴으로써 대기의 순환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는것.
7월말 미국립해양대기국의 기상정찰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무역풍이 약간 되살아나고 남미에도 한류가 솟아나기 시작, 엘니뇨의 영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동태평양의 수온은 아직도 2∼3도 높은 상태며 해양 대기의 상태와 지난 겨울부터의 기상변화가 2년이상 기상이변을 겪었던 l877∼79년, 1940∼42년때와 너무 흡사하다는 점에서 기상이변이 장기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크게하고 있다. 당시의 날씨는 따뜻한 겨울, 혹서의 여름, 서늘한 가을이 특징이었다.<이덕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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