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등 매장서 중국산 먹거리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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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먹거리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중국산 고춧가루에서 납 성분이 검출된 데 이어 기생충 알이 들어 있는 중국산 김치가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지난 주말 정부 발표 이후 24일 첫 출근한 직장인들은 김치는 물론 중국산으로 의심되는 농수산물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에 유통업계들은 중국산 먹거리들을 대부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중국산 김치 등 판매 중지"=L백화점은 최근 농어.도미.부세 등 중국산 수산물을 상품 진열장에서 모두 철수시켰다. 중국산 농수산물 제품은 아예 없다는 게 이 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할인점 업체들도 중국산 장어를 국내산으로 대체했으며, 고사리.숙주나물 등 중국산 나물도 판매를 중단했다. 인터넷 쇼핑몰 등은 중국산 김치 전 품목에 대해 판매 중단을 결정했고, 일부는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된 중국산 김치 목록을 모두 없앴다. 일부 쇼핑몰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배추뿐만 아니라 양념도 100% 국내산을 사용했다'고 강조하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대신 인터넷 등에는 김치를 담그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주부 유모(35)씨는 "사 먹는 김치를 믿을 수 없어 올해는 김장을 해서 먹을 예정"이라며 "한두 해로 끝날 문제가 아닌 만큼 이번 기회에 김치 담그는 법을 꼭 배우겠다"고 말했다.

또 요리학원 등에도 김치 담그는 법을 문의하는 전화가 최근 들어 늘고 있다고 한다.

중국산 김치 등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국산 배추 가격은 크게 오르고 있다.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338만원선이던 배추 도매가격(5t트럭 1대분.하품 기준)이 이틀 만에 21.4%나 오른 410만원에 거래됐다. 대치동의 야채 소매상 오모(34)씨는 "하루 50단 정도 팔리던 배추 판매량이 사흘 새 두 배가 됐다"며 "갑자기 늘어난 수요 때문에 배추 가격이 곧 크게 오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초비상 걸린 김치 생산업체"=김치에 대한 불안감에 자취 생활을 하는 직장인.학생이나 신혼부부들에게 김치를 담가 보내겠다는 고향 부모들이 늘고 있다. 회사원 김모(27.여)씨는 "시골의 어머니에게서 '앞으로 김치를 담가 보내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사먹는 음식 모두에 대한 불신감에 아예 자녀에게 도시락을 싸주겠다는 학부모들도 있다. 경기도 이천의 우모(42.여)씨는 "학교 급식에 나오는 김치 등이 중국산일 가능성이 큰 만큼 아이들 도시락은 직접 싸줘야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김치 생산업체에는 국산 여부와 위생상태를 묻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 두산종가집 관계자는 "보도 직후 소비자들의 문의전화가 계속되는 등 초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김치 제조과정을 공개하는 이 회사의 견학 코스는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주부들의 예약으로 연말까지 일정이 다 찼다고 한다.

천인성.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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