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기술도 중국 유출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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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최근 특별감사를 통해 협력업체인 A사가 엔진 및 내구성 관련 일부 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한 것을 밝혀내고 해당 업체의 협력업체 자격을 박탈했다고 24일 밝혔다.

지금까지 반도체.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기술 유출은 여러 건 있었지만 자동차 관련 기술 유출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는 이와 함께 또 다른 협력업체인 B사의 일부 직원이 퇴사한 뒤 별도 회사를 차려 아토스 등 소형차 설계 기술을 중국 업체에 팔려고 했던 것도 적발했다.

현대차는 중국 현지법인(현대베이징기차)을 통해 6월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8월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 측정) 분야의 협력업체 20여 개 회사에 대한 내사에 들어가 일부 물증을 확보한 뒤 A사 등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원의 도움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신차를 개발할 때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각종 기능과 내구성을 진단하는 수치해석(數値解析) 분야의 국내 최고 업체다. 지난해 매출은 약 100억원이다.

현대차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이 업체에 신차 개발과 관련된 엔진.도어.강판 등 각종 내구성 시험을 의뢰해 왔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A사가 2002년 이후 중국의 산업전자 관련 박람회에 현대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을 출품했고, 일부 중국 자동차 업체와 접촉하면서 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최근 개발한 쏘나타.그랜저 등 신차의 재료 및 핵심 기술 데이터 일부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IT 경기 침체에 따라 중국 자동차 시장을 뚫기 위해 현대차에 제공한 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업체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A사 L사장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업체와 접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의적으로 기술을 유출하거나 판 것은 없다"며 "회사에 남아 있는 현대차의 데이터는 애프터 서비스에 대비해 관행적으로 남겨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현대차는 이번 감사에서 협력업체에 데이터를 남겨 둔 일부 직원에 대한 문책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감사실 관계자는 "징계를 받은 A사는 현대차 이외의 경쟁사와 접촉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작업이 끝난 후에는 소거해야 할 기밀 자료를 자체적으로 보관해와 퇴출시켰다"며 "하지만 돈을 받고 기술을 판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형사고발 등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이달 초 그룹사 전 임원 500여 명을 대상으로 2일간에 걸쳐 특별 정보.보안 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에선 컴퓨터 데이터 보안과 해킹 대책 등과 함께 협력업체의 데이터 유출 보안 대책이 심도 있게 다뤄졌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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