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쾅 ! … 화이트삭스, 천둥 치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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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끝내기 홈런을 때린 화이트삭스의 스콧 포세드닉(22번)이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화이트삭스는 2승만 추가하면 87년 만에 우승이 확정된다. [시카고 로이터=뉴시스]

시카고 밤하늘에는 그칠 줄 모르게 비가 내렸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홈구장 US 셀룰라필드에 모인 4만여 팬은 그 비가 '블랙삭스 스캔들'로 얼룩진 어두운 과거를 씻어주는 비라고 믿었다. 지난 87년 동안 우승에 목말라온 갈증을 해소해줄 그런 비라고 믿었다. 그 간절한 믿음 속에 두 방의 홈런이 터졌다. 흰 양말 '화이트삭스'라는 팀 이름에 걸맞게 홈런은 한 방이 아니라 '한 켤레'였다. 그 짝을 이룬 홈런이 화이트삭스를 월드시리즈 2연승으로 이끌었다.

화이트삭스는 24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폴 코너코의 월드시리즈 역사상 18번째 만루홈런, 스콧 포세드닉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7-6으로 이겼다.

역전, 재역전, 다시 끝내기로 이어지는 명승부였다. 애스트로스가 선취점을 올린 뒤 화이트삭스가 2-1로 역전했고, 애스트로스가 4-2로 다시 역전하자 화이트삭스는 7회 말 2사 만루에서 코너코의 만루홈런으로 6-4로 뒤집었다. 그러나 코너에 몰린 애스트로스는 9회 초 2사 후 호세 비즈카이노의 짜릿한 2타점 적시타로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6-6. 운명의 9회 말 1사 후. 포세드닉이 타석에 들어섰다. 홈런과는 거리가 먼 발 빠른 1번 타자. 정규 시즌 507타석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한 '소총수'가 밤하늘을 가르는 결승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 블랙삭스 스캔들=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일부 선수가 도박사로부터 돈을 받고 일부러 져주기 경기를 한 것이 이듬해 드러나 선수들이 영구제명당한 사건. 18년 월드시리즈 우승팀 화이트삭스는 19년 월드시리즈에서는 신시내티 레즈에 패했고, 사건 이후 한번도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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