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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권력 중심에 K·Y라인 등장 … 청와대, 공식 반응 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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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승민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왼쪽 둘째)와 원유철 신임 정책위의장(왼쪽)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을 찾아 우윤근 원내대표(오른쪽 둘째)와 백재현 정책위의장과 손을 잡고 있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를 만난 데 이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방문했다. [김상선 기자]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를 기록한 상황에서 맞는 박근혜 대통령의 63회 생일은 떠들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박 대통령은 2일 하루를 조용히 보내겠다고 했으나 청와대 참모들의 요청으로 관저 오찬만큼은 거절하지 못했다.

 관저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컵 준우승 등을 화제 삼아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개혁과제를 정했는데 그것을 잘 이루자”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며 결심을 다잡았다고 한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중에도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잘하자”고 건배 제의를 했다고 한다. 특보 중 최연장자인 이명재 민정특보도 현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는 덕담을 했다고 한다. 메뉴는 한식 퓨전이었고 마지막엔 장수를 기원하는 국수가 나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생일상 직전에 나온 뉴스는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다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유 의원이 선출된 시간은 오전 11시40분쯤이었다. 오찬 자리에선 정치 관련 대화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 또한 유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내에선 며칠 전부터 유 의원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청와대발 예상 득표수가 ‘84표(유) 대 62표(이)’라는 카톡 메시지가 돌기도 했다. 놀랍게도 실제 득표는 84표 대 65표였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가 선출될 것으로 봤다”며 “당정 간에 정책 조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정책통인 유 원내대표가 선출된 만큼 앞으로 정책 조율은 더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책 파트에서 일하는 인사들은 유 원내대표가 최경환 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임을 들며 ‘위스콘신학파’ 전성시대를 열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가 그동안 정부 정책이나 당·청 관계에서 청와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자주 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식의 목소리를 강하게 낼 경우 당·청 관계가 흔들리고 갈등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며 “정책 조율을 과거보다 밀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수첩에 정윤회 문건 유출 파문의 배후로 비박계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를 지칭하는 ‘K, Y’가 적혔다는 점을 들어 K-Y 라인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유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박 대통령의 인선 고민은 더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는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소폭 개각과 후속 청와대 개편을 미뤄왔다. 그런 만큼 당초 친박계 중심으로 인적 개편을 준비해온 청와대로선 개편안을 다시 손 볼 여지가 생겼다. 실제로 개각 등의 하마평에는 친박계가 아닌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 장관에는 친박계 유기준 새누리당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 속에 허남식 전 부산시장에 이어 외부전문가 영입설까지 나온다. 대통령 정무특보단에는 새누리당의 김태환·윤상현 의원, 정진석·현기환 전 의원 등 친박계 외에도 안경률 전 의원 등 친이계 인사가 포진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글=허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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