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통문화·구미유행 함께 수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뉴욕=?】 한국청년들은 미국과 유럽의 문학과 유행을 신속하고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한국고유의 문학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재발견하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11일자 서울발 기사에서『그들은「어색한 모방자」가 아니다』라고 썼다.
다음은 이 기사의 간추린 내용.
『오늘날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선배세대들과는 달리 선별적 취향을 지니고있다.
이들은 경제적인 여유와 통신의 발달로 구미의 유행과 의상, 음악과 서적 등을 신속히 접하고 있으면서도 전통문화의 맥락이 오늘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를 살피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의 음가열은 대단한 것이어서 재작년 여름 뉴욕 필하모닉 오키스트러가 서울공연을 가졌을 때 입장권은 3주전에 매진 됐으며, 작년 가을 정상급 첼리스트인「므스트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곡들을 가지고 워싱턴 내셔널 심퍼니 오키스트러를 이끌고 내한했을 때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고전음악뿐 아니라 팝뮤직에 대한 열성도 굉장한 한국의 팬들은 「데이비드·보위」나 「마이클· 잭슨」등 유명 로크가수들이 온다면 아마도 입장권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러한 외국문화의 수입이 과연 자신들의 욕구와 열망을 충족시키기에 적절한 것인지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경향은 보다 적절하고 『딱 들어맞는』예술표현 형식을 찾아내려면 아무래도 한국의 전통이 서려 있는 과거를 되돌아보아야하리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 일고 있는 미술·음악·놀이 등 전통문화의 재발견운동은 결코 단순히 외국문학에 대한 반발로만 생겨난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유럽의 것에 대해서는 그 나름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적 감수성을 『딱 맞아떨어지게』표현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방식을 깊이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한국의 민속예술은 과거 중국냄새가 나는 예술작품만을 주유로 인정하는 풍토에 밀려 자주 망각되곤 했으나 최근 한국화의 가장 독특한 형태라 할 수 있는 민화의 재평가를 통해 젊은이들이 한국서민의 기지와 해학·풍속 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주는 장르가 존재해왔음을 발견해낸 것이 가장 대표적 예다.
젊은층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또 하나의 전통민속예술분야로 노래와 대사와 춤이 뒤섞여 공연되는 탈춤을 들 수 있다.
신랄한 풍자와 비속한 유머로 무능한 양반과 타락한 승려 등을 꼬집는 탈춤은 최근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 커다란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곁들여 흔히 1인 오페라로 비유되는 판소리도 빼놓을 수 없는 장르다. 판소리 중에서 가장 대중적 인기를 얻고있는 작품은『춘향가』로서 부패한 봉건제도 하에서 시달리던 당시의 서민들은 변사또의 구애를 감연히 거부하는 춘향의 정절과 용기에 쾌감과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샤머니즘에의 관심을 간과할 수 없다. 기독교가 서양의 사상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면 샤머니즘은 한국인의 사상·신앙문화 전반에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대학생의 말대로 『이 나라의 미래인 우리 젊은이들이 5천년 문화의 뿌리를 찾는 작업에 몰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