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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냐 복지 조정이냐 공개 논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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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말정산 후폭풍으로 증세 논란이 불거지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통령의 공약과 상충하기도 하지만 자칫 증세냐 복지 구조조정이냐는 논란에 휩쓸려 당장 발등에 떨어진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해서이기도 하다. 본지가 전문가들에게 설문한 결과도 증세와 복지 구조조정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다만 연말정산 파문을 계기로 더 이상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구호는 통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를 애써 피해 가느라 각종 꼼수를 동원한 게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만 초래했다. 당장 증세냐 복지 구조조정이냐 선택하라는 게 아니라 이제는 당면한 문제를 국민 앞에 있는 그대로 알리고 이를 어떤 식으로 조정할지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눈앞에 놓인 난제를 피하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정면 돌파하라는 얘기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면 증세인데 자꾸 꼼수로 세금을 더 걷으려다 보니 조세체계 전체가 왜곡된다. 세금 수준과 복지 문제 등을 큰 틀에서 논의해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 대다수 국민은 증세 없는 복지가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 대통령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니 불안감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급한 구조개혁을 위해서도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정부가 하겠다는 경제혁신이나 구조개혁도 차질 없이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을 공론화할 때는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인지 여러 부처가 충분하게 사전 검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어떤 정책이든 정부가 한 번 칼을 빼 들면 반드시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구조조정은 기득권자가 모두 반대를 한다. 자꾸 후퇴하면 개혁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꼭 해야 할 것은 구체적이고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만들고 한번 발표를 하면 일관성 있게 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발표해 놓고 부처 간에 손발이 안 맞아 딴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절대 보여선 안 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 세금 문제나 노동시장 개혁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당·정·청의 사전 협의가 필요하고 홍보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배·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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