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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잔혹행위 또 말썽… 탈레반 시신 불태워 선전전에 이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탈레반 전사들의 시신을 일부러 태워 선전전에 이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1일 짐 베이커 병장 등 5명의 미군은 탈레반 근거지인 칸다하르에서 96㎞ 떨어진 곤바즈 마을에서 탈레반 전사 시신 2구를 불태웠다. 주검은 이슬람 성지 메카가 있는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시신이 타는 걸 지켜본 미군들은 대형 확성기로 마을을 향해 경고했다. "탈레반은 들어라. 이 비겁한 개들아. 너희는 네 동료의 시신이 불에 타는데도 못 본 체했다. 너희가 계집애 같은 사내임을 우린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이 장면은 프리랜서 스티븐 듀폰의 카메라에 담겨 호주TV를 통해 방송됐다. 듀폰은 "미군들은 제173 공수여단의 508 보병연대 1대대 소속"이라며 "이들은 의도적으로 탈레반 전사들을 자극했다"고 주장했다.

시신 소각은 제네바 협정 위반이다. 또 이슬람권에서는 시신을 사후 24시간 안에 매장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군은 또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미군 잔혹 행위 의혹은) 매우 심각한 것이며 사실일 경우 아주 난처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이슨 카미야 미군 소장도 "미군은 적군에 대한 학대나 종교 모독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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