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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 현창사업 대상선정에 문제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주체적인 문화의식을 높이기위하여 우리 민족문화발전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선정해서 민족문화사의 위인으로 현창한다는 최근 정부의 발표는 많은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있다.
그러나 제1차 현창대상을보고 보다 광범위한 국민적공감을 모았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첫째 선정대상의 범위와 균형이다.
민족문화란 한 민족의 생활 풍속 전통 언어 감정등을 기초로 그 민족의 지혜와 능력을 다하여 성취한 삶의특징적 모습일진대 이 삶의 모습에 총체적으로 보다많은 기여를 한 인물을 위인으로 받들어야한다.
여컨대 제1차 대상 57명 가운데 농경문화와 관련된 위인이 단 한분도 들어있지않은 사실을 지적할수있겠다.
우리나라는 고래로 농업국이었고 따라서 농경문화가 우리민족의 삶의 바탕이었다.
고려말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재배함으로써 무명옷과 솜이불의 혜택을 남겨준 문익점이나 18세기 중엽에 일본에서 고구마를 들여와 구황식품의 길을 열어준 조엄그리고 우리공학의 체계적원류가된 산림경제의 홍만선등이 형평상 이번 민족문화위인 선정 대상에 들어감직도 하다.
둘째 한 인물의 업적을 평가하는데 있어 허준의 동의보감,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등1인 1개업적주의의 도식성은 좀 생각해보았으면한다.
예컨대 우리는 조선조 농학을 발전시키는데 있어 지대한 공현을한 대구서씨일가의 3대에 걸친 노력을 둘수 있겠다.
서명응의 고사신서(농포·목양) 와 본사12권, 그의 아우서명희의 식목실총, 서명응의아들 서호수의 해동농서8권, 서호구의 아들 서유 거의 임원경제16지, 그리고 그의 형수인 풍허각 이씨의 규각총서등 노작들이 그것이다.
이들 서씨 3대5인이 그들의 가학이면서 우리나라 농학과 가정학에 기여한 업적은 가사나 그림 한폭 못지않게 중요하고도 지대하다.
세째 누가 어떤 기준이나 방법으로 위인을 선정하느냐가 밝혀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지역성이나 혈연관계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또 분야별 위원들이 타분야에 대한 광범한 이해없이 자기가 알고 있는 세계에서만 위인을 찾다보면 위원에서 빠지거나 그 수가 적게 참여된 분야는 소외되기쉬울 우려가있다.
특히 범위가 넓은 과학기술분야가 그럴 것이다. 김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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