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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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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장마 다음의 불볕더위로 2일 울산의 기온이 38·1도까지 올라갔다.
울산지방에 측후소가 생긴 이래 최고의 기온으로 1942년8월1일 대구의 40도 기록에 이은 무서운 더위다.
중앙기상대는 최근의 붙볕더위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력권이 우리나라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금 지구촌을 강타하는 일련의 기상상황은 다분히 「이상의 증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염려의 소리가 좀더 커진다.
7월에만도 유럽과 미국은 폭염으로, 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는 한발로, 아시아와 남미지역은홍수로 시달렸다.
영국은 3백년만에 35도에 이르는 더위가 16일동안 계속되었고, 네덜란드의 7월 평균기온도 26도로 1868년 이래 최고를 나타냈다. 프랑스의 코르시카섬에선 뜨겁고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계속되었고, 스위스의 호수는 수온이 25도까지 치솟았다.
이탈리아의 일부 지역도 1세기만에 처음으로 44도에 이르렀고, 루마니아·헝가리도 세기적인 가뭄에 농사를 망쳤다.
무서운 열파는 미주와 중동지역을 강타했으며 남반구의 가뭄은 처참한 상황이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지역은 2년째 가뭄에 시달려 기아상태가 심화되었고 호주조차 2백년만의 가뭄으로 농작물의 70%가 감수되었다. 남미와 인도네시아·인도등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농사 피해를 겪고 있다.
거기에 중공·일본·필리핀등을 강타한 홍수도 막대한 피해를 몰고 왔다.
미 국립해양대기국의 통계로는 이같은 기상이변으로 5월말까지 세계적으로 1천여명의 인명피해와 72억여 달러의 재산·농작물 피해가 났다.
이같은 기상이변의 원인은 분명하진 않다. 그러나 외국의 기상학자들은 주로 「엘니뇨현상」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남미 페루만의 태평양 해면온도가 이상하게 상승하는 현상이다.「엘니뇨」는 스페인어로 「신의아들」이란 뜻이다. 크리스마스때 이 현상이 가장 현저하기 때문에 불여진 이름이다.
적도 바로 아래에 있는 중부 태평양에서는 동에서 서로 무역풍이 분다. 이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와 인도네시아 일대에는 따뜻한 바닷물이 옮겨와 해면수위가 높아진다.
그러나 일단 무역풍이 그치면 서쪽의 따뜻한 바닷물이 동으로 옮겨가 보통때보다 바닷물이 3∼4도 올라간다. 이것이 엘니뇨현상이다. 이때문에 태평양연안 기후에 심대한 영향을 미쳐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가물고 서북부 태평양 지역은 기온이 높아진다.
엘니뇨현상은 벌써작년5월부터 일어나고 있고 그여파는 지금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엘니뇨현상이 20세기중 11번째지만 그 규모는 가장 컸던 72년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학자들은 엘치촌화산등 24개의 화산이 지구 기상이변의 다른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어떻든 이 무서운 기상이변 속에서도 우리가 그런 피해를 벗어나 있는 것은 일종의 천혜다. 온국민이 행동을 조심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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