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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 노루와 인간의 관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우리가 애써 야생 동유물을 보호하려는것은 그들을 지나치게 잡아 없앰으로써 멸종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산이나 들에 뛰노는 짐승이나 새, 어느 고산이나 외딴 섬 바위밑에 피어난 한포기의 풀이 무엇이 대수로와서 법을 정하면서까지 보호하느냐하는 물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남획에 의해 멸종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생게계의 파괴로부터 초래될 인간생존의 위협을 걱정해서이다. 생태계란 하나의 고리처럼 서로가 서로를 얽어매고 있어 그중의 하나가 없어질 경우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으로 2O년안에 지구상에 살고 있는 50만종의 동식물중 2O%가 멸종될것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무런 장애없이 진척되면 결국은 인류의 생명마저도 위협할 단계에 이르고 말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래서 우리는 한사코 야생의 동식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세계야생생물기금 (WWF) 같은 기구는 세계적인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야생생물의 멸종은 자연조건에 스스로 적응력을 잃거나 감작스런 천재지변에 의해 야기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다. 첫째는 삼림의 벌채나 댐건설, 도로건설등 개발에 의해 생존조건을 박탈당하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들이 그들의 고기나 내장의 특정부외를식용 또는 약용으로 이용하거나 가죽이나 깃털을 사용하려는 무분별한 도살에 의해 희생되는 경우이다.
전자는 국토개발이라는 공공의 이익 목표가 있어 불가피한 점도 없지 않으나 후자의 경우는 강력한 법적규제 장치까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밀렵꾼들의 은밀한 남획으로 희귀 동물들이 멸종돼가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16호인 사향노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1일 문화재보호법과 조수보호및 수렴에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거한 밀렵조직은 값비싼 사향을 노리고 거의 멸종상태에 있는 사향노루를 잡아 밀매행위를 일삼던 자들이다.
사향은 우황청심환등의 한약제에 넣어 강심제나 흥분제로 쓰이는데 진품은 5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호가할 정도로 고가품이라 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돈을 만들수있는 일이라면 무슨 짓이라도 해야겠다는 배짱이 저지른 범법행위이다.
얼마전 설악산에서 밀렵꾼에 의해 포살된 반달곰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그들은 밀렵꾼과 중간운반자, 약재상으로 이어지는 밀매조직을 구성하고있어 여간해서 발각되지 않고 은밀한거래행위를 하고 있다. 차제에 밀렵꾼의 판매루트를 철저히 색출해 발본색원해야겠다. 자연보호에 대한 국민과 정부당국의 인식이 않이 개선됐으나 이러한 밀렵조직이 암약하는한 희귀생물의 멸종을 저지하기란 힘들것이다.
밀렵된 희귀동물을 사들이는 실수요자쪽에도 문제는 있다. 치병과 건강을 외해 약재를 구하는 그들의 사정에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아니나 현대의학의 발달은 대부분의 질병을 정복하고 있다. 밀렵꾼들의 농간으로 진품여부도 확실치 않은 이들 약재에 거는 기대 자체가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맹신인 경우가 많다. 설혹 약효가 있다고 한들 희귀품종을 멸종시켜 생태계를 파괴하면서까지 보신을 해야할 이유는 없는것이다.
자연보호는 유해 물질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자연이 우리 인간의 생존에 절대 필요한 고유의 역할을 할수 있도록 건드리지 않는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인간은 나혼자만 살아야하는 존재가 아니고 모두 함께 살아야할 권리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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