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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까지 옮기고〃여기는 내땅〃독도『로빈슨·크루소』|단한명의 상주 민간인 최종덕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우리나라 최동단 의로운 두조각의 섬 독도. 1953년 독도의용수비대 창설후 지금껏 수만마리 갈매기와 ○○명의 경찰수비대원만이 상주하던 이곳에 최근 단한명의 민간인이 상주, 거주인으로 주민등록을 올렸다.
최종덕씨-. 금년나이 58세, 주민등록번호 250501∼1818718. 그의 현주소는 경북울릉군울릉읍도동산 63 바로 독도의 서독 풀한포기 없는 화강암 바위덩이 0·12평방km가 그의 왕국이다.
최씨가 맨처음 독도에 첫발을 디딘것은 65년. 오징어배를 끌고 새어장을 찾아 나섰을때였다.
머나먼 뱃길, 높은 파도, 연간 쾌청일수 불과 47일, 태풍과 폭풍의 할큄이 1년이면 59회, 물한모금 구할수 없는 이곳에 어느 누구도 감히 발붙일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독도주변은 자연히 우리나라 전해역에서 가장 어족이 풍부한 어장이었다. 소라·전복·해삼·미역·김이 지천으로 깔려있고 문어·방어·가자미·오징어등 고급어종이 줄줄이 그물에 걸렸다.
최씨는 아무도 찾는이 없는 독도어장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울릉도와 독도를 수없이 왕래하며 이곳 어장에서 얻은 모든 수익금을 재투자하기 시작했다.
68년 최씨는 서도의 중간 분지에서 샘물이 솟는것을 발견했다. 2백여명이 10개월정도 마실수있는 양이었다. 그는 이곳에 영구히 정착할수있는 집을 짓기로했다.
방하나에 부엌이 달린 슬레이트집을 지었다. 섬주변엔 전복양식장을 만들어 인공수정으로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나는「로빈슨 크루스」였읍니다. 모든것을 혼자서 해야했으니까요. 건너편 동도의 바위꼭대기에 서있는 수비대원 펄럭이는 태극기, 온섬을 뒤덮은 하얀 갈매기떼, 이들만이 나의 친구고 가족이었습니다.』
집과 물을 확보하자 그는 울릉도에서 사공3명을 고용했고 제주도에서 해녀 5명을 불러들였다. 본격적인 어업기지로의 꿈을 실현시키기 시작한것이다.
50평짜리 수중창고를 만들었다. 수송수단이 많지 않아 배가들어올때까지 잡은 고기를 산채로 저장하는 어망식 창고인 셈이다. 섬에도 집을 한채 더짓고 3개의 저장창고를 지었다.
『고독과 두려움을 이기는 길은 무언가 열심히 하는것밖에는 없다는 경험철학을 얻었어요. 파도가 순식간에 이 조그만 섬을 삼킬것갈아 무서울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읍니다』
최씨는 전복을 수정시켜 72시간만에 양생시키는 법을 고안해냈다. 그리고 둘레 2백m의 고무튜브에 깊이 18m되는 그물을 연결, 펼쳐놓았다가 고기떼가 위를 지나갈때 압축공기를 불어넣어 그물을 떠올리는 특수어망을 만들었다. 아무리 고기가 많아도 공기부양에 의해 혼자 힘으로도 어망을 가볍게 끌어들일수 있었다. 이 역시 혼자사는 방법에서 터득한 것이었다.
80년초, 일본은 느닷없이 독도를「다께시마」(죽도) 로 자국영토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 외로운 섬주변에 긴장이 감돌았다.
『그때 이섬에 단 한명이라도 대한민국백성이 살고있다는 증거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씨는 군당국에 독도에 정식으로 주민등록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군에서는 특수작전지역이라는 이유로 선뜻 주민등록등재를 안해주었다.
『한2년쯤 싸웠을 겁니다. 결국 이곳이 한낱 지형상의 우리 영토가 아니라 한국국민이 그것도 민간인이 터를 잡고 생활하는 진정한 우리터전이라는 걸 보여줘야한다고 설득했지요』
독도주민등록증을 받은 최씨는 그뒤 1년이면 11개월을 이곳에서 지낸다. 부인 조갑순씨(59) 와 2남3녀는 울릉도에서 생활하며 막내딸 경숙영(20)이 한두번 아버지최씨의 섬집을 찾아온다.
집에는 전기냉장고·TV·라디오·녹음기등 문화시설을 고루 갖추고있고 가족사진들이 여러장 놓여있다. 경운기를 돌려자가발전으로 전기를 쓰고 모터를 돌려 서도의 샘물을 동도수비대로 보내주기도 한다.
비상구급약과 소주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 일기가 불순하고 일교차가 심해 몸을 덥히는데는 독한 막소주가 제일이라고한다.
김창구일경 (20) 은 독도수비대원은 ○○명 플러스1이라고한다. 최씨를 가리키는 말이다.최씨집과 수비대사이에는 경비전화가 놓여있어 서도쪽에 정체불명의 배가 나타날때는 즉각 알려주기도 한다.
밤에는 수평선위에서 감시하는것보다 수평선과 같은 위치, 즉 최씨의 집에서 관찰하는것이 대기의 반사작용으로 식별이 용이하다는것.
모든 경비를 빼고 최씨의 연간순수입은 6백여만원. 그의 꿈은 이섬에 15가구정도의 개척민이 들어왔으면 하는것과 동서도를 잇는 방파제축조.
『지척이 천리라는 말이 있지요. 두섬사이가 불과 50여m지만 조류가 급하고 파도가 세어 한달에 한두번 건너기가 힘들어요』
최씨는 두 섬의 방파제만 되면 배의 접안도 쉽고 어장확장도 가능하다며 힘닿는대로 혼자서 해보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독도=김주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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