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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 이 사람!] 전곡 '청산김치' 공장장 윤석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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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기도 전곡농협이 운영하는 청산김치 공장의 윤석일 공장장(오른쪽)이 포장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함께 한국산 재료로만 담근 포기 김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종주국의 자존심을 걸고 김치 맛을 지키는 데 앞장서면서 일본 수출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18일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초성리 3번 국도변에 있는 전곡농협 청산김치 공장. 방문객들에게 청산김치를 홍보하던 공장장 윤석일(45)씨가 제조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선다. 준비과정이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것만큼 요란하다. 하얀 위생 가운을 걸치고 위생 모자를 쓴 뒤 구두를 고무 장화로 갈아신는다. 이어 손과 장화를 세척액으로 소독하는 것도 모자라 에어 샤워실에 들어가 온몸의 먼지를 털어내고서야 비로소 작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연중 영상 16도로 유지되는 작업장에는 컨베이어 벨트 등 기계 장치가 즐비하다. 절인 배추의 염도를 조절하고 배추를 씻고 자르고 나르고 하는 일들은 모두 기계의 몫이다. 30여 주부사원들은 배추를 다듬고 김칫소를 넣어 김치를 담그는 일만 한다.

전국 12개 농협 김치공장 중에서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청산김치 공장의 모습이다. 공장장 윤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7월까지 20억여원을 들여 546평 공장에 최신 위생.환경 시설과 대량 생산을 위한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 공장이 유명한 것은 순수 국산 김치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장 윤씨는 "배추와 무는 물론 마늘.생강.파 등 모든 재료를 국산만 쓰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윤씨에 따르면 고춧가루는 고급 태양초만, 소금은 전남 완도 노화농협 등에서 생산한 천일염만을 쓴다. 새우젓은 국내산 생새우를 토굴에서 2개월 이상 숙성시켜 깊은 맛을 낸다. 다른 재료도 생산지 농협에서 계약 재배한 제철 농산물만 사용한다.

올해 현재까지 75억원어치(4000여t)의 김치를 생산해 이 가운데 80%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20%를 품질검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으로 수출했다. 일본 수입업체 간부와 직원이 매년 공장을 방문해 일주일씩 머물며 생산 과정 전체를 꼼꼼히 살핀다.

윤씨는 "청산김치는 1991년 설립 첫해부터 일본으로 김치를 수출해 2000년엔 수출 300만 달러를 달성했다"며 "해외에서 오히려 더 유명하다"고 자랑했다. 그는 "양질의 한국산 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생산비가 높아지는 데도 가격 경쟁력을 생각해 판매가격을 시중 김치와 비슷하게 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애로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윤씨에게 최근 고생 끝에 보람이 찾아왔다. 중국산 김치와 중국산 재료를 사용하는 김치의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창사 이후 15년째 한국산 재료만 고집해온 청산김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문이 꾸준히 늘어 연말까지 100억원어치, 내년에는 120억원어치의 김치를 생산할 계획이다.

청산김치는 93년 전통식품 인증, 97년 ISO 9001 국제품질 인증을 각각 획득했으며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획득을 추진하고 있다.

연천=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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