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 10잔 마시고 골프" 인권위 간부 글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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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국가인권위원회 고위 간부가 방송사 앵커, 골프장 회장 딸인 여성 사업가 등과 '음주 골프'를 치고 이를 자랑하는 칼럼을 게재한 사실이 18일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인권위는 자체 감사에 들어갔다.

인권위 A국장(47)은 한 골프 월간지 10월 호에 기고한 '음주 골프'라는 제목의 에세이에서 폭탄주를 마신 뒤 골프를 즐긴 일화를 소개했다. 에세이에 따르면 A국장은 8월 지상파 TV앵커 B씨, 골프 관련 사업을 하는 여성 두 명과 함께 경기도 B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뒤 술자리를 가졌다. 처음 석 잔까지는 네 명이 똑같이 폭탄주를 마셨으나 이후 A씨와 B씨에게 집중적으로 술이 돌아 10잔 이상 마셨다고 했다.

A씨는 "술에 강한 B씨가 (여성 사업가들에게 내기골프에서 진) 복수를 하려면 한 달 후까지 기다릴 것 없이 이 상태에서 9홀 추가 라운딩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고 여성들도 환영했다"고 썼다.

A씨는 "(함께 마신) 골프장 회장 딸은 바로 추가 예약을 했다"며 "지금까지 전날 폭탄주를 많이 마시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라운딩한 경험은 많지만 폭탄주를 10잔 이상 마시고 각본에 없는 라운딩을 한 추억은 누가 갖고 있을까!"라며 음주 골프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기회가 되면 직접 한 번쯤 경험해 골프와 술의 상관관계를 겪어 보라"며 "또 다른 골프의 세계를 느끼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글을 마쳤다.

이에 대해 B씨는 "A씨 등은 지인을 통해 아는 사이로 예전에도 같이 골프를 쳤지만 경기 비용과 술값은 각자 부담했다"며 "공인으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지 확인 결과 B씨는 문제가 된 날 B골프장에서 30만원을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감사담당관실은 조영황 인권위원장의 지시로 A씨가 골프장 비용을 직접 냈는지 등 공무원 윤리강령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다.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A국장의 해명을 토대로 골프장 측에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A씨는 인권위 관계자들에게 "평일이 아닌 일요일이었는 데다 폭탄주 10잔 얘기는 칼럼을 재미있게 쓰려고 과장한 것이지 실제론 석 잔을 마셨다"며 "내기로 얻은 상금도 6만~7만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의 A씨는 2002년부터 인권위에서 일해왔다.

한편 인권위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이 간부의 행태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백일현.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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